반기문 "과학자들이 이거다, 그러면 과학자들 말 들어야"

김태훈 2023. 7. 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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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에 반대하며 벌어진 극렬 시위와 관련해 '부끄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아무리 우리 시민사회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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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배출한 한국에서 그런 일이…"
IAEA 사무총장 겨냥한 극렬 시위 강력 성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에 반대하며 벌어진 극렬 시위와 관련해 ‘부끄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진보 성향의 노무현정부 시절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내고 200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해 2016년 12월까지 10년간 재직한 국제사회의 큰어른이다. 지금도 전직 국가 정상,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원로 그룹 ‘디엘더스’의 부의장으로 세계 각국을 돌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국가 현안 대토론회 :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지난 7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방한 때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반대 시위가 벌어져 그로시 총장의 입국이 장시간 지연된 일을 거론하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구체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아무리 우리 시민사회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탄식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는 유엔 산하 기관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반 전 총장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봉변 당하고 다음날(8일) 아침 저한테 일찍 전화를 해왔고, 제가 위로를 해줬다”고 소개했다. “곤란했을 것 같다”는 반 전 총장의 위로에 그로시 사무총장은 웃으면서 “아,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정확히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싹싹하게 답변했다고 반 전 총장은 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앞줄 왼쪽)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 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측에선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IAEA를 매수했을 것이란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반 전 총장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둥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이어 “국격을 해치는 일”이라며 우리 국회의원들을 향해 “이런 데 대해 의원님들께서 시민사회를 지도·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IAEA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자는 주장도 제기한다. 반 전 총장은 “그건 전연 적절치 않다”며 “유엔 총회는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는데, 과학 문제를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과학자들이 이거다, 그러면 과학자들 말을 들어야 한다”며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 퍼센트”라는 말로 우리 국민은 IAEA 과학자들을 믿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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