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외계 행성’ 발견
지구는 30%…금성도 75% 그쳐
티타늄·유리 구름 ‘우주 거울’ 만들어
태양계를 벗어난 먼 우주에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특이한 행성이 발견됐다. 주변 별에서 나온 빛의 80%를 튕겨내는데, 이는 해당 외계 행성 대기가 금속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빛 반사율이 3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얼럿은 12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망원경인 ‘키옵스’가 최근 지구에서 263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빛 반사율이 매우 높은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최신호에 실렸다.
‘LTT9779b’라는 이름이 붙은 이 외계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4.7배다. 해왕성과 비슷하다.
가장 큰 특징은 빛 반사율이다. 모항성에서 나오는 빛의 80%를 반사한다. 지구는 태양에서 나오는 빛의 30%를,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반사율이 높은 금성은 75%를 반사한다. 이렇게 빛 반사율이 높은 행성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TT9779b의 빛 반사율이 높은 건 이 행성에 존재하는 구름 성분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유리와 티타늄으로 이뤄진 작은 물방울이 구름을 이루면서 하늘에 떠 있다. 이 구름이 모항성에서 쏟아지는 빛을 되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우주 공간에 대형 거울이 떠 있는 듯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LTT9779b의 표면 온도는 약 2000도이다
주목되는 점은 LTT9779b가 우주과학계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유형의 행성이라는 점이다. LTT9779b는 모항성을 한 바퀴 도는 데 19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 이렇게 모항성과 가까운 거리를 도는 행성은 유형이 두 가지다.
하나는 반지름이 지구보다 최소 10배 큰 가스 행성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반지름이 지구의 2배보다 작은 암석 행성이다. 모항성이 내뿜는 고온과 X선, 자외선을 몸으로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가스의 규모가 많은 행성이거나 아예 단단한 암석이 있어 ‘맷집’이 강한 행성만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LTT9779b처럼 반지름이 어중간한 수준인 가스 행성은 공전 주기가 하루(24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모항성 가까운 곳에서 관측된 적이 없다. 연구진은 ESA 공식 자료를 통해 “사실 이번에 발견된 외계 행성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LTT9779b가 발견된 건 바로 금속 구름 때문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금속 구름이 빛을 반사하면서 행성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막고 있다”며 “특히 금속이라는 성질 때문에 외계 행성과 대기의 무게를 증가시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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