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SNS에 ‘기시다 그만둬’ 해시태그 쏟아지는 이유
자민당 방위비 증액 비판 목소리도
‘#기시다 그만둬(#岸田やめろ).’
최근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올라오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호우 피해가 심각한데도 기시다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외유에 나서면서 국내 현안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13일 일본 매체 니칸겐다이와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 등에 따르면, 일본 SNS에는 ‘#기시다 그만둬’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수백개씩 올라오고 있다. 사람들이 SNS에서 기시다 총리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총리 부부의 외유 때문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11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전용기에 오를 당시 후쿠오카, 사가, 오이타, 규슈 등에서 호우 피해가 발생해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1일까지 최소 7명이 숨졌고, 2명이 실종됐다. 주민 5만여 명이 대피했고, 228개 학교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리투아니아행을 감행했다. 그는 전용기에 오르며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안보면에서 제휴 강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NS 상에서는 “무엇의 제휴 강화인가? 일본은 나토 회원국도 아니다” “지금 나토 회의에 나가 있을 때가 아니다. 피해자 구제부터 하라” “총리는 ‘외유’라는 이름의 휴가 중” 등의 글과 함께 기시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해시태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방위비 증액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상기후로) 호우 재해가 당연한 시대가 됐다. 방위비를 증액할 게 아니라 재해 대책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 등의 글도 SNS에 올라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채택한 바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기시다 총리를 비교하는 글들도 SNS상에 올라오고 있다. 지난 5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발생하자 일정보다 하루 일찍 조기 귀국해 국내 홍수 피해 사태 수습을 전두지휘했다. 사람들은 SNS에 “나라의 톱 정치가는 본래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멜로니 총리와는 큰 차이다. 기시다는 국민의 생명 재산보다 외유가 먼저” “국민이 직접 총리를 불신임&해임 요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총리도 조금은 위기감을 가질 것” 등의 글을 올리며 비판하고 있다.
2018년 일본 대홍수 때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2018년 7월 대홍수로 299명이 사망했을 당시 일본 자민당 소속 중의원 친목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참석하며 재난 기간 중 ‘술파티’를 벌였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술자리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있었다. BBC 등 해외 언론에서도 비판 보도가 나왔고, 결국 니시무라 야스토시 당시 내각관방부장관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사과했다.
SNS 상에는 “당시 빨간 얼굴로 즐겁게 웃던 기시다는 그때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자민당은 그때와 비교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니칸겐다이는 “최근 인터넷 여론을 보면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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