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공이 되니까요” 과유불급에 따른 소거법, 내려놓으면서 다시 일어선 문동주[SS스타]

윤세호 2023. 7. 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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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 6회말 2사 LG 문동주의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3. 7. 1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패스트볼의 구속도, 변화구의 다양성도 그렇다. 무턱대고 빠른 공, 새 구종 장착에만 열을 올리면 방향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방향을 정립하고 기본에 충실할 때 성장곡선도 유지된다.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 문동주(20)가 다시 일어선 비결도 여기에 있다.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투수를 시작했음에도 특출난 재능을 바탕으로 늘 놀라움을 선사했다. 일단 구속이 그렇다. 매년 하늘을 뚫어버릴 듯 구속이 치솟았다. 프로 입단을 앞둔 시기에는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특급 유망주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KBO리그 최초 공인 시속 160㎞를 돌파한 토종 투수가 됐다.

빠른 것은 구속뿐이 아니다. 구종 습득력도 빠르다. 고교 시절 주로 사용하는 변화구는 커브였다. 프로 입단 후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더니 불과 몇 주 만에 체인지업도 습득했다. 1년차였던 지난해 몇 차례 체인지업 그립에 변화를 꾀했고 곧바로 이를 실전에 적용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3. 7. 1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실제 야구는 게임이 아니다. 단순히 경험을 더한다고 구종이 추가되지 않는다. 구종 추가가 다른 구종을 구사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타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시야에 들어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냉정히 봤을 때 문동주의 체인지업은 반쪽짜리였다. 공의 무브먼트는 좋지만 제구에 애를 먹었다. 너무 빨리 공이 움직이면서 타자 눈에도 쉽게 들어왔다. 흔히 선발로 성공하기 위해 4가지 구종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스리피치보다 못한 포피치였다.

시즌 초반부터 160㎞를 찍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도 달리 보면 독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 구속을 의식한 듯 너무 강하게 공을 때리려는 모습이 나왔다. 완벽한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려다 밸런스가 흔들렸고 볼넷이 늘었다. 160㎞를 기록한 다음 경기인 4월 18일 대전 두산전에서 4볼넷, 그리고 5월에 치른 4경기에서 모두 볼넷 3개 이상을 범했다.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원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다시 방향을 잡았다. 무리하지 않아도 150㎞ 이상을 던진다. 유용하지 않은 체인지업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야구는 실수를 줄일 때 승리한다. 투수 또한 실투를 줄이면 호투한다.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으면서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기 시작했다. 예리하게 코너를 찌르지 않아도 150㎞대 속구는 경쟁력이 있다. 제구에 애를 먹는 체인지업보다는 던지기 수월한 커브와 슬라이더에 집중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3. 7. 12.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 결과 스트라이크가 늘고 볼넷이 줄었다. 투구수 대비 이닝수는 늘었다. 6월부터 치른 8경기 중 볼넷 3개 이상을 범한 경기는 한 경기뿐이다. 지난달 24일 창원 NC전에서 개인 최다 8이닝을 소화했고 지난 13일 잠실 LG전에서는 개인 최다 108구를 던졌다. 과한 부분을 지워나가면서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물론 종착역은 매우 먼 곳에 있다. 언젠가는 커브, 슬라이더 못지않게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구사할 것이다. 로케이션 또한 보다 예리해질 것이며 타자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상단과 하단을 두루 이용할 것이다.

즉 아직은 단추를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이다. 문동주는 체인지업 구사율이 크게 떨어진 것을 두고 “체인지업을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던질 수만 있는 수준이다. 타자와 승부할 때 버리는 공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 체인지업은 잘 던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꾸준히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고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퍼센티지를 잘 활용하려고 한다. 아직 힘을 아껴 쓰는 수준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나만의 요령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문동주가 12일 잠실 LG전에서 팀 승리를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몸과 머리가 두루 유연하다. 귀를 열어두면서 실패했을 때 빠르게 방향을 정립한다. 올시즌 전반기 문동주는 16경기 83이닝을 소화하며 6승 6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참조) 1.91로 리그 전체 투수 15위, 토종 투수 9위다.

아마추어 시절 포함 투수로서 4년차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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