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韓경제규모 13위, 구조개혁 미뤄 순위 떨어질까 더 걱정"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13위로 하락한 것과 관련 "환율 변화에 기인한 단기적 순위 변화"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에 따라 향후 순위 상승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율과 같은 단기 요인보다는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이 중장기적으로 경제규모 순위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명목 GDP 기준 경제규모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3위(1조6733억달러)로 하락한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2021년만 해도 명목 GDP 1조8109억달러의 10위 경제 대국이었다. 당시에는 11위 러시아(1조7787억달러), 12위 호주(1조7345억달러), 13위 브라질(1조6089억달러)을 제쳤지만 지난해 추월 당했다. 러시아(9위), 브라질(11위), 호주(12위) 등이 우리나라를 앞섰다.

이 총재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진 것은 환율 변화에 기인한 단기적 순위 변화"라며 "우리나라는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석유 가격이 오를 때 달러 대비 환율 절하가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를 역전한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는 에너지 생산국으로 환율 영향이 덜해 우리나라를 추월했지만 추후 환율 변동에 따라 순위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단기 환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고령화와 저출산 등 구조개혁을 미뤄 경쟁력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져 경제순위가 떨어지는 게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저출산 트렌드 자체도 '정해진 미래'라기 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하면 얼마든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눈에 보이는 추세를 구조개혁 못하고 피하지 못할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고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가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을 미루면서 재정·통화 등 단기 처방에만 의존하려는 분위기를 두고 쓴소리를 한 것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