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화성-18형 발사 확인…김정은 “더 강력한 군사적 공세”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7. 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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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고도 6648㎞ 찍고 74분간 1001㎞ 비행
정상발사땐 1만5000㎞…美전역 사정권
고체ICBM 과시하며 킬체인 무력화 노려
위성 발사 실패 만회 통한 내부결집 의도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13일 평양 일대에서 전날 실시한 고체연료 기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며 ‘한미가 대북적대정책을 멈출 때까지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노동신문은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6648.4㎞까지 상승해 거리 1001.2㎞를 4491초(74분 51초) 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시험발사를 통해 확증된 모든 신기록들은 신형전략무기체계의 능력과 믿음성(신뢰성), 군사적 효용성의 증시(증명)로 되며 공화국 핵전략무력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할 바 없는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가 1단계는 표준탄도비행 방식으로, 2·3단계는 고각비행 방식으로 각각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이번 발사를 통해 지난 4월의 첫 시험발사 때보다 진전된 성능을 보였다. 첫 시험발사 당시에는 정점고도가 3000㎞ 이하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두 배 이상 높게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화성-18형의 경우 정상발사시 사거리가 1만 5000㎞에 달해 미 본토 전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이전과 달리 1단 로켓의 연소 종료 후에 관성비행 없이 미사일 속도를 유지하면서 2, 3단의 고각발사를 통해 6648㎞의 정점고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北, 중대형 고체로켓 추진체 기술 진전
북한이 13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보도하며 내놓은 지구 촬영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장 센터장은 “이번 시험발사 성공을 통해 북한이 고추력의 중대형 고체로켓 추진체 개발 및 기술을 검증했다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로 판단된다”면서 “그만큼 미국으로서는 북한 ICBM에 의한 다양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별도의 연료주입 절차가 필요 없는 고체연료 기반 ICBM 개발에 주력했다. 이동식발사대(TEL)을 통해 신속하게 ‘쏘고 빠지는’ 전술을 펼쳐 한미의 대북 감시·정찰을 회피하고 ‘킬체인(선제타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북한은 보도에서 이번 발사가 한·미·일의 군사적 대북 압박에 따른 맞대응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행위가 전례 없이 가증됨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군사안보 형세가 냉전시대를 초월하는 핵위기 국면에 다가선 엄중한 시기에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전략적 판단과 중대결심에 따라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워싱턴선언과 한미핵협의그룹(NCG) 신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방침을 맹비난했다.

김정은 “무기체계 개발 지속 방침 변화없다”
12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현지지도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 성공 이후 “보다 발전적이고 효용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을 지속적으로 다그쳐나가려는 당과 정부의 전략적 노선과 방침에는 추호의 변화도,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미제(미국)와 남조선(한국) 괴뢰 역도들이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패배를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은 이번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앞선 위성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내부를 결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으로서는 전전협정 체결 70주년이 임박한 가운데 위험부담이 큰 위성 재발사 대신 성과가 검증된 화성-18형을 다시 꺼내드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공식매체를 통해 17장의 관련사진을 공개한 점에 주목했다. 양 위원은 “북측은 (화성-18형의) 단 분리 장면이나 지구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 우주에서의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이 충분한 우주개발능력을 가졌음을 과시했다”면서 “(지난 5월의) 위성 발사실패를 만회하고자 하는 프로파간다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보도사진과 미국 민간위성 영상 등을 분석해 이번 발사 원점을 김 위원장의 대동강 별장(특각) 앞 공터로 추정했다.

미사일시험장 단골손님 김주애, 이번엔 없었다
사진제공=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최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을 지칭하며 썼던 ‘대한민국’ 대신 통상적으로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가 그동안 전략무기 시험발사 때 수차례 동행했던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한민국과 남조선의 혼용은 (남북 간) 국가관계의 큰 원칙과 방향은 설정됐지만 법적, 제도적 준비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양 교수는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외무성 등에서는 ‘투 코리아’ 경향성을 강화하면서 국가간 대결구조를 부각시키려하나 군사문제에 있어서는 핵무기라는 우월한 비대칭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핵무력에 의한 통일도 가능하다는 북조선에 의한 ‘하나의 조선(원 코리아)’이라는 냉전식 논리가 지배적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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