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임영웅’이 부르는 주병선의 ‘칠갑산’,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김지호 2023. 7. 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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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매는~ 아낙네야~" 1989년 가수 주병선의 데뷔곡 '칠갑산'의 가사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선 이 노래를 트로트계의 아이돌 임영웅이 불렀다.

13일 유튜브엔 AI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노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AI를 활용한 이 같은 노래 창작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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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저작권으로 인정 안 돼
대신 퍼블리시티권에 의해 보장
“콩밭~ 매는~ 아낙네야~” 1989년 가수 주병선의 데뷔곡 ‘칠갑산’의 가사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선 이 노래를 트로트계의 아이돌 임영웅이 불렀다. 분명 임영웅이 불렀지만, 본인이 직접 부른 건 아니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임영웅의 목소리를 활용해 한 유튜버가 만든 것이다. 임영웅이 실제로 칠갑산을 부르지 않았더라도 임영웅의 칠갑산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가수 임영웅.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AI 음원이다. AI가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구현해 어떤 노래든 부를 수 있다. 유튜브에 ‘AI cover song’이라고 검색하면 AI가 만든 수많은 노래가 나온다.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를 제작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법조계에선 퍼블리시티권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AI가 우리 삶과 가까워진 만큼 관련된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유튜브엔 AI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노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임영웅판 칠갑산’의 경우 AI가 임영웅 특유의 창법과 감정까진 구현하지 못했지만 ‘목소리가 똑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달 내한공연을 한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Hype boy’ 영상도 있다.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와 외국인 특유의 한국말 발음까지 흉내 낸 이 영상의 조회수는 174만회나 된다.

이외에도 박효신이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부른 음원과 수십년 전 죽은 프레디 머큐리가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부른 영상도 인기다. 모두 가수 본인이 직접 부른 게 아니라 AI 기술을 통해 구현해낸 것이다. 지난해 엠넷(Mnet) AI 음성 복원 프로그램 ‘다시 한 번’에선 고인이 된 터틀맨의 목소리를 복원해 가호의 ‘시작’이라는 곡을 부르면서 12년만에 그룹 거북이가 무대에 서기도 했다.

AI를 활용한 이 같은 노래 창작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법조계에선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해 노래를 재구성한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저작권은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데, 목소리는 창작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진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AI가 만들어낸 음악에 저작권이 있는지 없는지가 논의될 수는 있지만 목소리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신 타인의 목소리를 활용한 콘텐츠로 수익을 냈다면 퍼블리시티권에 저촉될 수는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이름, 얼굴 등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안일운 변호사(법무법인 비트)는 “AI가 만든 음원이 특정 가수가 부른 노래라고 생각할 정도로 동일하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AI가 만든 목소리에 가수의 음성이 쓰이지 않았을 경우에도 여전히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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