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비상문 옆 좌석, 경찰·군인 등 ‘제복 승객’ 우선 배정

항공기 38개, 좌석 94개 대상
‘아시아나 개문 비행 사태’ 재발 막기 위해

이달 말부터 일부 항공기에서 비상문 가까이에 있는 좌석을 소방관이나 경찰관·군인 등 ‘제복 입은 승객’에게 먼저 배정한다. 승객이 비행 중인 여객기의 비상문을 연 ‘아시아나 개문(開門) 비행’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항공기 비상문 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5월 26일 오후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 /연합뉴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방관·경찰관·군인 등 제복 입은 승객이나 항공사 승무원 직원 등에게 비상문 인접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31일부터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제복 승객’에게 우선권을 주는 대신, 만일의 상황에는 이들이 먼저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상문 주변 좌석은 공간이 넓어 선호하는 승객이 많고, 일부 항공사들은 추가 요금을 받기도 했다.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은 항공기가 저고도에서 비행할 때 비상문 개방이 가능한 우리나라 국적기 3개 기종 38대(좌석 94개)다.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에어로케이 등 4곳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적 항공사가 보유한 여객기는 총 335대로, 이 중 236대는 잠금장치가 있어 비행 중 비상문을 열 수 없다. 또 61대는 모든 비상문 주변에 승무원이 착석해 돌발 상황 때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당정에 따르면, 앞으로 항공사가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판매할 때 소방관 등에게 좌석을 우선 배정한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여기에 동의한 승객이 항공권을 구매하고 해당 좌석을 선택하면, 발권 카운터에서 이들의 신분을 확인할 계획이다. 항공권을 현장 판매할 때는 항공기 출발 1시간 30분 전까지 ‘제복 승객’에게 우선 판매하되, 이후에는 일반 승객에게도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상문 레버가 좌석에 거의 붙어 있는 좌석 23개는 우선 배정으로 판매되지 않으면 공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탑승객을 대상으로 항공 보안 교육을 강화하고 비상문을 조작하면 항공보안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승객에게 명확히 안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