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성추행당하면서 시간 재나”…‘10초 이상 만져야 성추행’ 황당 판결에 비난 봇물

‘10초 미만 지속됐다면 범죄가 되지 않는답니다’ 조롱 패러디 잇따라 게시

17세 여학생을 성추행한 학교 직원에 대한 재판에서 성추행 지속 시간이 10초가 안 돼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탈리아 법원의 황당한 판결을 두고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영화배우 파울로 카밀리가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몸을 10초 동안 만지는 영상을 올렸다. 연합뉴스

최근 이탈리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검색어 ‘짧은 더듬기’를 뜻하는 ‘palpata breve’와 해시태그 #10초(10secondi)가 확산하고 있다. 

은밀한 신체 부위를 누군가가 만지는데도 침묵 속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속으로 10초를 세는 패러디 영상까지 등장했다. 

첫번째 패러디 영상은 영화배우 화이트 로터스 배우 파올로 카밀라가 찍었다.

영상 속에서 카밀라는 화가 난 표정으로 ‘10초 미만 지속됐다면 범죄가 되지 않는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자신의 몸을 10초 동안 만졌다. 

그는 이런 동영상들은 사실 보기 불편한데 이들은 10초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느껴보라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카밀라에 이어 수천명이 뒤따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940만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치아라 페라니도 동참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는 틱톡에 “10초가 긴 시간이 아니라고 누가 판정을 내리는데, 누가 성추행을 당하면서 초까지 재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남자는 여자 몸에 함부로 손을 댈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17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로마의 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아볼라는 작년 4월 학교에서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3년6개월 형을 구형했다.

그는 당시 학교 건물 계단에서 피해 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았다. 그는 학생의 몸을 만진 사실을 인정했지만 "장난으로 그랬다"며 범의를 부인했다.

성범죄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음에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범행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탈리아 법원의 판단이다.

담당 판사는 그의 행위가 10초를 넘기지 않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