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카트 밀다 숨졌는데… "코스트코, 산재는 알아서 하라는 식"

지난달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 A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코스트코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스트코 매장 외관. /사진=뉴시스

지난달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 A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코스트코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사망한 지 3주가 지나고 있는데 본사의 누구도 저희에게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며 "(본사는) 산재 처리는 유족 측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저녁 7시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인 밤 9시18분 숨졌다. 지난달 23일 발급된 최종 사망원인 진단서 상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기록됐다.

A씨는 2019년 코스트코에 입사해 캐셔 업무를 보다 올해 6월5일자로 주차 업무로 보직이 변경돼 실외주차장 카트 정리 업무를 맡았다. 당일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던 A씨는 냉풍기 하나 없는 야외 주차장에서 17㎞를 걸어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3도에 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이틀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더위에 노출된 상태로 장시간 근무했다. 코스트코 하남점은 4시간마다 15분의 휴식 시간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코스트코를 상대로 조민수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고용노동부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라며 "코스트코 대표이사가 직접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 체결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유족들의 산재신청을 함께 진행하고 요구사항이 해결될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코스트코 하남점 직원 A씨가 근로 중 사망한 사고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해 폭염 대비 노동자 안전대책 현장 간담회를 하고 사원 휴게실 등을 둘러봤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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