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지락실'로 확인된 예능계 아르기닌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3. 7.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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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tvN '지락실' 방송 영상 캡처 

버스 손잡이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링 귀걸이에 반짝이는 본더치 모자, 민소매와 집업 트레이닝복, 부츠컷 청바지까지. 과거 패션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 단어들이 2019년 해성같이 나타난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 유튜브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은 물론 익숙하지 않은 이들마저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밀리오레 댄스 배틀 우승 전적이 있는 춤꾼 길은지다. 그는 즐거운 기분을 춤으로 승화하는 탓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 실력을 뽐내곤 한다. 길은지의 엄마 최란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언제나 예사롭지 않은 패션을 자랑한다. 화려한 색감의 아웃도어룩에 꽃무늬 가득한 챙 넓은 모자와 주옥같은 액세서리를 매치하고 핸드폰에는 빨간색 다이어리 케이스를 씌워 실용성을 챙기는 센스. 등산을 마치고 거나하게 걸치는 한 잔이 인생의 낙인 인물이기도 하다.

2000년대 Y2K 감성의 댄싱퀸 길은지와 49세 옷가게 사장님 최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서사와 또렷하게 그려지는 차림새가 이보다 더 생생할 수 없는 이들은 코미디언 이은지가 콘텐츠에서 탄생시킨 부캐(부 캐릭터)다. 이은지는 이외에도 각각의 성격과 서사를 지닌 다양한 하이퍼리얼리즘 현실 고증 부캐를 통해 대중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이은지의 본업은 코미디언이다. 여러 번 공채 시험에 도전했지만 모두 최종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이은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tvN '코미디 빅리그'의 신인 코미디언 오디션을 통해 방송계에 발을 디뎠다. 댄스스포츠 선수였던 경력을 십분 활용한 라틴댄서 루나 역으로 '코빅열차'에 등장한 그는 당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현란한 몸짓, 여기에 여유까지 갖춘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직업의 정석' '국주의 거짓말' '슈퍼차 부부'를 비롯한 다수의 코너에 출연했다. 비록 자신이 메인인 코너는 아니었지만, 매번 색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웃음을 선사하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피삭대학 '05학번이즈백' 방송 영상 캡처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아 올린 이은지는 서두에 소개한 부캐 길은지를 통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05학번이즈백'에 처음 등장한 이 캐릭터는 현실을 120% 고증한 옷차림과 "열라 춤빨 짱뇬" "놀토잖아 놀토" 등 당시의 유행어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이은지의 연기력이 만나 보는 이들에게 2000년대 초반으로 타임워프하는 기분을 선사했다. 길은지의 인기는 그만의 이야기를 담은 개별 콘텐츠의 탄생으로, 길은지 본캐인 이은지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은지가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에 합류한 것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지락실'은 지구로 탈출한 토롱이를 잡기 위해 뭉친 지구용사 4인방의 예측 불허 대모험을 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나영석 PD는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이은지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타 멤버들의 에너지를 보듬어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사진=tvN '지락실' 방송 영상 캡처

이은지는 어색함이 예상되는 출연진들의 첫 만남부터 적재적소에 활약하며 나PD의 믿음에 단번에 보답했다. 멀티버스 세계관 등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몰입해 열정적으로 임하고, 이어말하기나 인물 퀴즈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게임은 물론 방송, 영화 제목 또는 대사 퀴즈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네 명의 출연진(오마이걸 미미, 래퍼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 가운데 유일한 비 가수이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춤 실력으로 '랜덤 플레이 댄스' 역시 치열한 대결의 장으로 변모시킨다.

'지락실' 멤버들 중 맏언니 포지션인 이은지는 둘째 미미와 OB로 나뉘는 현실에 "나도 어디가선 막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맏언니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넘치는 에너지를 쉬지 않는 입담으로, 춤으로 승화하는 동생들 사이에서 (비록 영양제로 열심히 체력을 보충하지만) 빠짐없이 장면을 만든다. 열정적으로 즐기며 촬영에 임한 까닭에 이른 시간 방전된 동생들을 살뜰하게 들여다보고 챙기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그런 출연진의 넘치는 에너지를 부담스러워하는 제작진 사이에서 중재자로도 활약한다. 유쾌한 성격과 동생들을 케어하는 그의 리더십은 '지구로 탈출한 토롱이를 잡기 위해 뭉친 지구용사 4인방의 예측 불허 대모험'이라는 다소 엉뚱한 프로그램 설명도 가뿐히 뛰어넘고, 매 장면마다 빵빵 터뜨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사진=tvN '지락실' 방송 영상 캡처

출연진 가운데 유일한 코미디언인 탓에, 등장하는 콘텐츠마다 큰 웃음을 선사한 그이기에 '지락실' 방송 전부터 시청자의 기대치는 이은지에게 쏠렸을 테다. 하지만 이은지는 이같은 부담의 무게에 짓눌려 억지웃음을 유발하기보다 웃음에 대한 의무감(?)을 내려놓음으로써 출연진 모두가 어우러지는 그림을 완성한다. 흔치 않게 지친 동생들을 걱정 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아르기닌을 조심스럽게 권하던 그 모습은 지금의 '지락실'을 있게 한 핵심이다. 긴 시간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방법을 배운 이은지의 재치와 순발력은 이렇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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