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에서 효자로…100억 FA 못지 않은 기여도, 이 선수가 1.25억 FA였다니
[OSEN=창원, 조형래 기자] NC 다이노스에서 100억 원 계약을 했던 박건우(33)가 이탈한 상황. 부상도 부진도 아닌 구단 내부 이슈로 팀을 떠나며 공백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박건우 못지 않은 기여도로 팀을 지탱하고 있다.
FA 미아로 전락할 뻔 했지만 이제는 효자 FA 선수라고 불려도 무리가 없다. NC 권희동(33)이 다시 한 번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권희동은 지난 12일 창원 롯데전에서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2타수 2홈런 3타점 2볼넷 1희생타의 활약을 펼치며 11-1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권희동은 1-1로 맞서던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선발 나균안의 128km 포크볼을 걷어 올려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호 홈런. 2-1로 리드를 잡고 경기 중반에 돌입했다. 그리고 권희동은 8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진승현의 139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월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대승을 확정짓는 축포였다. 권희동의 멀티 홈런 경기는 지난 2017년 7월20일 청주 한화전 이후 2183일 만이었다.
권희동은 경기 후 “홈런을 친 것도 기분이 좋지만 팀의 연패를 끊는 승리라서 더욱 기분이 좋다”라면서 “최근 팀의 흐름이 좋지 않았는데, 세혁이형과 ‘이럴 때 일수록 어린 선수들을 위해 베테랑들이 힘이 되는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오늘 나 뿐만 아니라 아섭이형, 세혁이형 등 베테랑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팀이 좋은 흐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프랜차이즈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했던 하루를 되돌아봤다.
올해 권희동의 시즌 성적은 35경기 타율 2할6푼9리(108타수 29안타) 3홈런 2도루 OPS .81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삼진은 15개를 당한 반면 볼넷은 무려 24개를 얻어내며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5월4일 처음 콜업된 권희동은 35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는 1.05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입단한 권희동. NC의 1군 첫 해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기 시작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슈퍼스타급 활약은 아니었지만 꾸준하고 묵묵하게 1명의 몫 이상을 해내는 선수였다. 외야 전포지션이 가능하고 출루 능력에 장타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빠른 발은 아니지만 주루에서도 판단력으로 가치를 올렸다. 어느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 권희동을 두고 팬들은 ‘육각형 선수’라는 의미로 ‘육각동’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권희동은 지난 시즌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미아가 될 뻔 했다. NC 구단 내부 FA가 많았고 또 젊은 외야진으로 재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샐러리캡 문제도 있었다. NC는 권희동에게 계약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전했다.
그럼에도 타구단과 협상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팀에 소금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인 것은 분명했지만 FA 등급제 상에서 B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권희동 영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B등급 FA를 영입하면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직전연도 연봉의 100% 혹은 보상선수 없이 직전연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했다.
결국 해를 넘겼고 사인 앤 트레이드 등의 방안도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NC와 권희동은 스프링캠프도 거의 끝나가던 시점인 2월27일, 재결합했다. 1년 최대 1억2500만 원(연봉 9000만 원, 인센티브 3500만 원)의 ‘헐값’에 계약했다. FA를 선언했지만 직전연도 연봉(1억1000만 원)보다 삭감된 보장연봉이었다.
개막 이후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줬지만 결국 현장은 다시 권희동을 찾았고 권희동은 본래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현재 박건우도 당장 복귀하기 힘든 상황에서 권희동의 존재감은 더욱 중요했고 그 역할을 해냈다. 권희동은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