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KIC 사장 "올해 글로벌 경제, 연착륙 가능성 높아"
"자산배분 역량 고도화할 것…대체자산 비중 점진적 확대"
"연말까지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립…올해부터 주주권 행사"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진승호 KIC 사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진 사장은 13일 KIC 창립 18주년(7월 1일)을 맞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급격한 긴축 통화 정책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그러나 가계 및 기업 등 경제 주체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에 심각한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저희가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는 만큼,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 또한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연말로 갈수록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실물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은 사이클이 짧아지고, 동시에 그 진폭은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의 판단에 얽매이지 않고 추세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 사장은 KIC가 10년, 20년의 장기 투자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주요 과제도 설명했다. KIC는 그간 양호한 장기수익률을 거뒀지만, 몇 차례 금융위기 및 극단적 시장 환경 속에서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며 부침을 겪어서다.
KIC는 반복되는 시장 사이클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내도록 성과 변동성을 완화할 방안을 고민했고, 이에 대한 중장기 과제를 마련,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추진과제는 △자산배분 역량 고도화 △보완 전략 도입 등을 통한 주식 투자성과의 변동성 관리 강화 △대체자산 투자의 점진적 비중 확대 △우수 인재 유지 및 영입 확대 등이다.
진 사장은 “우선 KIC는 자산배분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KIC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기관의 수익률은 많은 부분 장기 자산배분에 의해 그 성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 자산배분에서는 거시경제, 자산군별 전망을 토대로 한 계량 분석 및 모델링 역량이 핵심”이라며 “이에 KIC는 거시경제 분석 전문가 등 관련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전략적 자산배분 분석 모델을 정교화하고, 장기 자산배분 효과를 높여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식 투자성과의 변동성도 적극 관리하겠다”며 “KIC는 지역별, 운용방식별로 다양한 주식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펀드를 합쳐 놓은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특정 종목이나 스타일, 섹터 등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KIC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관점에서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보완 전략’을 올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포트폴리오가 종목, 섹터, 스타일 등 특정 리스크 요인 측면에서 쏠림이 없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헷지를 실시해 변동성을 제어하는 전략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체자산의 점진적 비중 확대에도 힘쓰고자 한다”며 “대체자산은 전통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를 통해 분산 효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익률을 뜻하는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장기수익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저는 취임 이후부터 대체투자 확대에 힘써왔다”며 “취임 당시 대체투자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16%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23%까지 비중을 높였으며, 오는 2025년까지 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진 사장은 “우수 인력 확보 및 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앞서 말씀드린 자산배분 고도화, 대체투자 확대 등 주요 추진 과제는 자질이 우수하고 숙련된 인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KIC는 그간 최고의 인재를 충원하고 교육·훈련에 힘써왔으나, 여전히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KIC의 1인당 운용 규모는 약 5억7000만달러로, 1인당 2억6000만달러를 운용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3억8000만 달러를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주요 글로벌 투자자와 비교해 훨씬 큰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KIC에) 투자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특히 대체투자의 경우, 투자 건 발굴 및 심층적인 검토와 의사결정, 그리고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KIC가 직접 투자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경우, 더욱 면밀한 검토와 투자 인력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시의적절한 인력 충원과 훈련을 통해 안정적인 국부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 사장은 창립 18주년을 맞은 KIC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과제로 △인도 뭄바이 사무소 신설 △국내 기업의 첨단 기술 기업 인수·합병(M&A) 등 해외 진출 시 공동투자 참여 △책임투자 강화 등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KIC는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공급망의 재편 등 글로벌 투자환경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 투자 거점 확보의 일환으로 우선 올해 말까지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수혜 지역이자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주요 기관들 역시 인도에 적극 진출하며, 우수한 투자 기회를 선점하고자 경쟁하고 있다”며 “KIC는 뭄바이 사무소 설립을 통해 인도 현지에서 벤처, 인프라 등 우수한 대체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대한민국 투자의 영토를 넓히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KIC는 국내 기업이 첨단 기술 확보 등을 위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나설 때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 산업 등을 중심으로 공동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부펀드이자 장기 투자자로서 책임투자에 힘쓰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로 꼽았다. 진 사장은 “KIC는 최근 전 세계 국부펀드의 투명성과 신뢰도, 책임투자에 대한 평가에서 100곳 중 7위에 올랐다”며 “특히 올해는 KIC가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기 시작한 뜻깊은 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을 꾸준히 늘려, 기후변화 대응 강화, 인권 위험 감소 등에 있어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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