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8형' 2차 발사서 잇단 신기록… "고도 6648㎞·비행시간 74분"
탄두부 무게 줄였을 수도… "너무 큰 의미 둘 필요 없어"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12일 고체연료 기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2차 시험발사 과정에서 보여준 '신기록'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쏜 '화성-18형'은 지난 4월 첫 시험발사 때보다 정점고도가 2배 이상 높아진 데다, 비행시간도 70분을 넘기면서 북한의 역대 ICBM 발사 중 '최장 기록'을 세웠다.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발사한 '화성-18형'은 1001.2㎞ 거리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하면서 최고 6648.4㎞ 고도까지 치솟았다.
북한 측 발표대로라면 비행시간과 정점고도 모두 북한이 ICBM을 발사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지난 4월13일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 때 정점고도는 3000㎞ 이하로 탐지됐다.
북한이 이날 노동신문에 공개한 이번 '화성-18형' 발사 현장 사진을 보면 미사일의 외형이나 발사방식 등은 3개월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발사에서 미사일의 정점고도가 2배 이상 높아진 건 1차 때와 달리, 이번엔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을 적용하기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앞서 4월 실시한 화성-18형의 1차 시험발사 땐 "1계단(1단 추진체)은 '표준 탄도비행방식'(정상 각도·30~45도)으로, 2·3계단은 고각(高角) 방식(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설정하고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으로 미사일 최대 속도를 제한하며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의 이번 2차 발사 관련 보도를 보면 다른 내용은 동일하지만,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은 1단 추진체 연소기 끝난 뒤에도 이를 분리하지 않은 채 관성비행을 2단 추진체를 점화하는 것으로서 비행 중 각종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을 때 쓰인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을 사용하면 2·3단 추진체 점화 이후에도 미사일의 정점고도를 높이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8형' 1단 추진체의 경우 1차 시험발사 때 상당히 많은 비행 데이터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이번엔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도 북한이 이번 화성-18형 2차 시험발사에서 시간 지연 분리시동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화성-18형 2차 발사는 "지난 4월 발사 때와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며 "그 차이에 대해 지금 한미가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이번 화성-18형의 비행시간이 역대 최장을 기록한 데 대해선 "북한이 1만5000㎞ 이상의 ICBM 사거리 목표에 따라 비행시간도 정점고도와 함께 늘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올 2월 발사한 액체연료 기반 ICBM '화성-15형'은 66분55초, 3월 발사한 '화성-17형'은 69분11초를 각각 비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사일의 정점고도·비행시간은 단 분리 및 점화 방식뿐만 아니라 탄두부에 싣는 물체의 무게에 따라서도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의 이번 '신기록'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개월 새 화성-18형의 성능에 일부 진전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이를 실제로 미국 본토 등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발전시키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ICBM에서 가장 중요한 탄두의 재진입 기술은 고각이 아닌 정상궤도로 쐈을 때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ICBM 시험발사나 정찰위성 운용을 위한 우주 발사체 발사를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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