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 경기 악화에 확연해진 친기업 행보

이종섭 기자 2023. 7. 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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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12일 플랫폼 기업 좌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홈페이지 캡처

중국 지도부가 최근 경기 악화 속에서 두드러진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몇 년간 지속됐던 빅테크(대형기술기업) 단속을 끝내고 기업 활동을 독려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기 위해 부쩍 개혁개방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2일 플랫폼 기업 좌담회를 주재해 플랫폼 경제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인민일보가 13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이날 좌담회에서 “플랫폼 경제가 시대 발전의 큰 흐름에서 수요 확대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혁신·발전을 위한 새로운 엔진을 제공했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발전을 이끌고 국제 경쟁에서 크게 실력을 떨치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각급 정부가 플랫폼 기업과의 상시화된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을 구축해 기업의 어려움과 요구를 적시에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최근 몇 년간 알리바바와 메이투안, 디디추싱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독과점 규제의 주요한 타깃이 돼 왔다. 이날 리 총리가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직접 기업 활동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최근 2년여간 이어졌던 빅테크 단속을 끝내고 정책을 전환해 나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은 미국 경제인들을 만나 개혁개방 의지를 강조했다. 한 부주석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경영자·전직 고위 관료 대화’에 참석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확고부동하게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각국의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며 세계 경제 발전 추동을 위해 공헌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 장관급 인사들도 최근 국내외 기업 다독이기에 열심이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5일 글로벌 제약사과 가진 원탁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외자 유치를 중요한 위치에 놓고 경영 환경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의약업계를 포함한 외자기업들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정산제(鄭柵潔) 주임은 지난 3일 민간 기업가 좌담회를 열고 “우리는 끊임없이 민영기업가의 생각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실용적인 정책 조치를 연구해 내놓고 있다”며 “기업의 실제 어려움 해결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민영기업에 양호한 발전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와 정부 주요 인사의 이같은 친기업 행보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침체된 경제 상황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올해 초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경제 상황이 빠르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생산과 소비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장기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제조업 경기 동향 등을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낮아졌고, 내수와 연결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를 나타내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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