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돌아와야”→하루 만에 현실로...21살 클로저, 2사 만루→1점차 SV 후 ‘울컥’ [SS시선집중]
[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언젠가 마무리로 돌아와야 할 선수죠.”
KIA 김종국(50) 감독의 말이다. 이 말이 하루 만에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상황이 형성됐고, 정해영(22)이 올라가 경기를 끝냈다. 세이브도 따냈다. 정해영도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정해영은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팀이 3-2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에서 등판해 0.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9회 장현식이 올라와 볼넷과 안타 2개를 내주면서 2사 만루에 몰렸다. 타석에 김동진이 섰다. 여기서 KIA 벤치가 움직였다. 불펜에서 몸을 풀던 정해영이 올라왔다.
정해영은 초구 시속 138㎞짜리 포크볼을 던져 파울을 끌어냈다. 2구째 시속 137㎞까지 포크볼을 다시 뿌려 2루 땅볼을 유도했다. 김선빈이 잡아 2루로 토스, 선행주자를 아웃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세이브였다. 시즌 7호다. 지난 5월27일 광주 LG전 이후 46일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낸 후 달콤한 결과를 맛봤다.
예정된 등판은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김종국 감독은 11일 “정해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한두 번 더 던져봐야 한다. 좋아지면 뒤로 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경기에서도 7회 1사 후 전상현이 올라와 0.2이닝을 소화했고, 8회 최지민이 1이닝 무실점을 만들었다. 9회 장현식이 등판해 투아웃까지는 잡았다. 장현식으로 경기를 끝내는 구상을 한 모양새.
그러나 장현식이 마지막에 주춤하면서 정해영에게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정해영이 놓치지 않았다. 딱 포크볼 2개로 끝냈다.
경기 후 만난 정해영은 “진짜 데뷔전처럼 떨렸다. (장)현식이 형이 끝낼 것이라 봤다. 코치님께서 ‘몸 풀고 있어라’ 하시더라. 마지막에 올라가게 됐다. 많이 긴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구가 내 키를 넘어가는 순간 안타라 생각했다. 김선빈 선배님이 딱 거기 계시더라. 아웃이 된 후에 웃었다. 오래 걸려서 세이브를 추가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이브를 하겠다. 팀 승리를 지켜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정해영은 “확실히 우리 투수들이 많이 좋아졌다. 내가 없어도 형들이 다 잘 막았다. 내가 없는 동안 형들이 내 몫까지 해줬다. 이제 돌아왔다. 내가 형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시즌 이상할 정도로 구속이 떨어졌다. 스피드가 안 나오니 위력도 살지 않았다. 속구 평균 시속이 140㎞ 초반에 그쳤다. 시속 145㎞를 넘어 시속 150㎞까지도 던졌던 투수다. 구속 저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는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서재응 투수코치가 재활군에서 정해영을 전담했다. 퓨처스 손승락 감독도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그렇게 34일 동안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지난 2일 1군에 복귀했고, 중간에서 나가면서 감을 익혔다. 3경기 연속 1이닝 무실점씩 만들었고, 12일에는 세이브까지 품었다.
정해영은 “구단에서 많이 생각해주셨다. 잔류군으로 내려가서 서재응 코치님과 맨투맨으로 훈련했다. 밸런스 운동을 20일 정도 했다. 이후 퓨처스 실전에 나갔다. 퓨처스 손승락 감독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몸과 마음 모두 재충전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서재응 코치님과 손승락 감독님 모두 진단이 같았다. 하체가 나가기 전에 상체가 먼저 나갔다. 내 공을 못 던지고, 팔로만 던졌다.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하체 밸런스 운동에 집중했다. 퓨처스팀에 합류해 웨이트를 하면서 파워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한 번 내려갔다 온 이후 구속이 올라왔다. 시속 145㎞ 이상 나온다. 회전수도 좋아졌다는 평가다. 모두가 알던 정해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정해영은 “아직 회전수 등에 대한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 계속 원정에서 등판했고, 오늘은 홈인데 포크볼만 던졌다. 스피드 자체는 올라온 것 같다. 내가 봐도 공이 가는 것이 달라지기는 했다. 회전력이 좋아졌다고는 하더라”며 웃었다.
한층 성숙한 모습도 보인다. 사실 올해 열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내심 노렸다. 실적이 있기에 가능해 보였다. 하필 올시즌 부진하면서 탈락하고 말았다.
정해영은 “올해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라면 중요한 해였다. 신경을 안 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엔트리 탈락이 아쉽기는 하다.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먼저다. 아시안게임이 아니어도 야구는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도 4년차다. 변해야 한다. 속구를 던져서 맞으니까 변화구를 섞어야 한다. 나도 분석이 됐다고 생각한다. 맞춰서 바꿔야 한다. 속구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도, 때로는 변화구를 통해 유인할 줄 알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20년 1차 지명자다. 2년차인 2021년 34세이브를 만들었고, 2022시즌에도 32세이브를 일궜다. 타이거즈 역대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최연소 2년 연속 30세이브를 만들었다.
김종국 감독은 “작년, 재작년처럼 정해영이 가장 뒤에서 해줘야 우리가 강해진다. 앞에 최지민, 전상현, 장현식이 해주고, 뒤에 정해영이 막아줘야 한다. 그러면 후반기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 8월23일생으로 아직 만 21세인데 벌써 통산 74세이브를 만들고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통이 꽤 컸다. 이제 달라졌다. 원인을 찾았으니 해결하면 된다. ‘영건 마무리’가 돌아왔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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