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점검에 한국 전문가 파견'… 日 수용할까?
전문가 "일본도 정치·외교적 판단 필요… 가능성은 열어둘 듯"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정부기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될 경우 그 점검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통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날 빌뉴스 현지에서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IAEA가 지난 4일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데 대해선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계획과 관련해 "과학적·객관적인 관점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제법·기준에 부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이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실제 방류가 진행될 경우 필요한 후속조치에 관한 의견을 일본 측에 개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요구한 '우리 전문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점검 과정 참여'란 IAEA가 오염수 방류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서 운영할 상설 사무소에 대한 우리 전문가 파견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8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만났을 당시 우리 전문가의 IAEA 상설 사무소 파견 의사를 전달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으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측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알프스로 정화한 오염수에도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어 그에 따른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알프스 설비의 성능 자체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게다가 국내에선 'IAEA의 보고서 내용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IAEA의 안전성 검토 보고서가 나온 만큼 계획대로 "올여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희석 처리한 뒤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그나마 현실적인 후속조치는 '우리 전문가를 오염수 방류 현장에 파견해 방류 상황을 직접 점검하는 것밖에 없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전문가 파견과 더불어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것과 △방류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땐 즉각 방류를 중단할 것 또한 기시다 총리에게 요청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를 받으며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속히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우리 전문가 참여 문제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일본 측이 우리 전문가 파견을 수용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자체를 반대하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참여를 요구할 수 있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 전문가 파견은) 일본 내에서도 정치·외교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은 "일본이 현 시점에선 확실히 얘기하기 어렵더라도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에 있고, 일본도 우리나라에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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