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2023] (15) 경희대 황영찬 “에이스 막을 수비능력도 있다”
#우연한 시작에서 느낀 농구 운명
황영찬의 농구 인생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평소 스포츠에 자부심이 있었던 황영찬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반 대항 스포츠 농구 종목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친구들과 연습할 장소를 찾고 있었고 곧바로 학교 내 체육관에 찾아갔다. 농구부만 쓸 수 있다는 말에 돌아가려 했으나 친구들이 농구부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그도 농구부에 들어가게 됐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농구에 처음엔 자유시간이 많았지만, 날이 갈수록 강도 있는 훈련이 늘어났다. 그러나 힘든 훈련과 대회는 그에게 흥미로 다가왔다. 특히 득점하는 면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함께 농구부에 들어왔던 친구들은 머지않아 그만뒀지만, 자신은 그만둘 마음이 없었다고.
그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땐 초등학교 농구랑 다르다는 걸 몸소 느꼈다. 패스 방식이나 보다 더 세세해진 포지션에 농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2학년 땐 팀플레이 자체를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포인트가드를 맡았음에도 리바운드 수치가 높았다. 제53회 춘계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 홍대부중과의 예선전에선 더블더블(14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을, 2016 중고농구 주말리그 성성중과의 경기에선 14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가 팀이 이기든 지든 투지 있게 하는 스타일인데 지는 걸 싫어해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다 보니 궂은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웃음). 시키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하고 그랬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황영찬은 나날이 성장했다. 1학년이었던 2017년, 제54회 춘계전국남녀중고농구 연맹전 부산중앙고와의 경기에서 13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신입생임에도 자신 있게 본인만의 플레이를 구사했다.
2017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쌍용고 상대로도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올리며 여수화양고가 왕중왕전 진출을 확정하는 데 기여했다. “완전 주전은 아니었는데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뛰었어요. 뛰는 느낌, 수비도 달랐고 경기를 뛰면서 성장했다고 느꼈습니다.”
이후에도 리바운드 및 어시스트에서 눈에 띄는 기록들을 세운 황영찬. 3학년이 된 그는 여수화양고의 주장을 맡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주장 경험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대입을 앞둔 시기이기에 성적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두 자릿수 득점, 더블더블 등 좋은 기록이 많이 나왔지만, 마인드에 변화를 준 기록은 따로 있었다. 제44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 농구대회 충주고와의 경기에서 16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 트리플더블을 만들어냈다. 생애 첫 트리플더블이었다.
“좋은 선수들이 동계 때 많이 다쳤는데 그 선수들이 돌아오기도 했었고 또 ‘나도 이 정도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뛰면서 기록이 좋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당시 여수화양고는 약체로 평가됐던 팀이었으나 황영찬의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선전했다. 주말리그를 거쳐 왕중왕전에 올랐고 왕중왕전 첫 경기 홍대부고 상대로 황영찬은 32점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무수한 성장을 이뤄내고 경희대에 입학한 황영찬.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가 취소되고 연기되면서 허무한 감정이 앞섰다. 대학리그 2차대회 상명대전에선 어깨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쳤던 어깨의 반대쪽 부위였다.
상실감과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2학년이 된 그는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학리그 1, 3차 대회와 MBC배, 왕중왕전 모든 경기서 모습을 드러냈고 MBC배 동국대전에선 17점 5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3학년 땐 경희대가 대학리그 10승 4패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는데 황영찬은 이 14경기 중에 한양대전(4월 6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3쿼터까지 49-65 열세에 놓였던 경희대가 4쿼터에만 32점을 몰아넣으면 역전승(81-78)을 이뤄낸 경기다.
황영찬은 3점슛과 정확한 패스를 선보이며 역전승을 향한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3점슛 4개 포함 19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경기를 계기로 포기하지 않고 팀 전체가 하면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겠다고 느꼈어요. (이)승구가 위닝 3점슛을 넣었을 땐 ‘우리가 포기 안 한 보람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모두 주장이었던 황영찬은 올 시즌 경희대의 주장이 됐다. 시즌 초반 3연패로 불안한 출발을 알렸지만,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다잡고 자신들의 흐름을 찾아갔다. 지난달 22일 건국대전에선 경희대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플레이오프 땐 어느 팀을 만나든 저도, 우리 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승리할 수 있도록 뛸 거고 못 보여준 모습, 다부진 모습과 제 장점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네요.”
올 시즌 자신의 활약에 아쉬움을 남긴 황영찬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MBC배가 자신에게 기회의 무대라고 말했다. “리그 때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게 너무 많아서 스스로 화가 났습니다. MBC배는 더 이상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리딩과 돌파가 장점인 선수지만, 수비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어떤 역할을 하든 열심히 할 수 있는 선수고 에이스를 막을 수 있는 수비능력도 있습니다. 슛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어떤 환경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황영찬. 그가 남은 MBC배와 플레이오프에서도 인상을 남기고 프로로 향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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