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인터뷰] 건방진 소감·고마운 RM·창작자의 의무…피식대학의 '진심'

박정선 기자 2023. 7.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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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예능계를 휩쓴 변화의 물결, 그 한가운데 피식대학(정재형·김민수·이용주)이 있다.

처음엔 방송국에 뿌리내리지 못한 신인 개그맨이었다. 그러다 조그만 바에서 스탠등 코미디를 하며 서로 알게 돼 크루를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피식대학'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독특한 콘셉트의 코미디 콘텐트를 선보였다. '05학번이즈백'에선 그 시절 05학번 선배들로 변신했고, '한사랑산악회'에선 지금도 북한산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산악회 아저씨들을 연기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부 캐릭터 열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콘텐트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대중은 코미디에 목말라 있던 참이었다. TV에선 공개 코미디 예능이 점차 자취를 감췄다. 유행어를 만들고, 사회 현상을 풍자하며, 시청자를 웃게 하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때 피식대학과 같은 새로운 코미디 신인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열광했다.

피식대학이 뉴미디어 코미디 열풍의 시작점에 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점에 섰다. 경쟁자들이 부 캐릭터 만들기에만 그치거나 스케치 코미디로만 승부할 때,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와 장르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영상 종료 버튼을 누른 후에도 피식대학의 코미디는 종료되지 않았다. 유행어와 캐릭터를 흥행시켰으며, 트렌드를 만드는 데까지 이르렀다.

피식대학이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2023.04.28/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예능 작품상이 그들에게 돌아간 것은 가장 놀랍지만 가장 당연한 성과였다. 백상 역사상 최초로 유튜브 콘텐트가 작품상을 차지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동시에 이런 수상 결과를 납득하게 했다.

그들에게 트로피를 안긴 콘텐트 '피식쇼'는 코미디 신인류 피식대학이 지금까지 보여준 아이디어와 도전이 결집된 결과물이었다. 예능의 변화는 시작됐고, 피식대학과 '피식쇼'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적확한 증거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김민수(이하 민수) "저희 일은 똑같습니다.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정재형(이하 재형)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에 정말 많은 분들의 축하와 연락을 받았어요. 매스컴에도 많이 나와서, 부모님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이용주(이하 용주) "백상 덕분에 저희 할아버지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셨어요. 상을 타고나서 이틀 뒤에 연락이 오셨어요. '왜 미리 연락 안 하셨냐'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을 워낙 많이 받아서 못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저희보다 저희 가족들이 기쁘고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민수 "저는 백상을 받고 제일 기뻤던 순간이, 광고를 두 개 찍었어요.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재형 "예술이 예술만으로 할 수 없죠. 돈이 필요합니다. 메디치 가문도 다 돈을 대줘서…."

-트로피는 어디 보관할 예정인가요.
민수 "저희 사무실에 보관해야죠."
재형 "저희가 한 번도 장식장을 만들지 않았는데, 이것 때문에라도, 기념비적인 것들을 놓을 수 있는 장식장을 놓아야 할 것 같아요."
민수 "들어가는 입구에 놔두면 좋을 것 같아요. 손님이 왔을 때 이걸 보고 '얘네 백상 받은 얘들이네'라고. 겁주기 용으로. 누구한테 겁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재형 "푸하하하. 인터뷰 이렇게 하는 것 맞나요."
민수 "너무 딱딱한 거 백상 스타일 아니잖아요. 우리한테 상 준 것 봐. 얼마나 깨어있어요."

-수상 결과에 예능계에서 가장 놀란 것 같더라고요.
민수 "싸이 형님도 저희에게 그 말을 했어요. 이 상을 준 백상이 더 대단하다고요."

-처음 후보에 올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재형 "'이렇게 뉴미디어까지 눈을 넓혀서 기회를 주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사실 받을 거란 생각은 아예 안 했어요. 후보 오른 건 좋은데, 기존의 대규모 예능에 상이 돌아갈 거라 생각했어요. 참석하는 데 의의를 두려고 했습니다."
유튜버 피식대학, 개그맨 이은지, 가수 김종국이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과 예능상을 수상했다. 특별취재반 / 2023.04.28/
-수상 소감을 정말 멋지게 준비했길래, 수상을 예감한 줄 알았어요.
재형 "주변에서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용주 "굉장히 어색했어요. (수상자 호명 후)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하지. 빨리 당당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형 "밑에서 박수 쳐주시는 배우, 제작진에게 정말 감사했어요."
민수 "해명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중간에 뛰어 올라갔잖아요. 관심받으려고, 먼저 상을 받으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만약 상을 받으면, 제가 먼저 수상 소감을 하기로 짜놓은 상황이었어요."
용주 "며칠 전부터 크루들끼리 모여서 '만약 받게 되면 소감을 해야 하는데, 즉흥적으로 하는 것보다 퍼포먼스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원래는 민수가 나와서 '피식쇼' 무드를 이어서 오스카, 그래미인 척 연기를 하고, 재형이가 한국말로 감사함을 전하고, 저희의 철학을 나름대로 멋을 부려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올라가니까 소감을 한 명만 하라고 하는 거예요. 이미 민수는 '땡큐 백상'을 시작한 상태였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텔레파시로 즉흥적으로 팀워크를 짜서 소감을 한 거예요. '피식쇼'를 원래 좋아하셨던 분들은 '세계관을 이어가서 재미있다'고 했지만, 또 저희를 모르시는 분들은 '주머니에 손 넣고 건방진' 이렇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은 저희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오마주 한 거예요. 웃음을 드리려고 했던 건데, 정말 건방진 사람이 돼서.(웃음)"

-피식대학만의 철학을 담은 수상 소감이 숏폼 콘텐트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어요.
용주 "'이건 숏폼으로 바이럴을 해봐야겠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1분 내외로 이야기했죠."

-재형 씨는 수상 소감을 짧게 하고 내려갔잖아요.
재형 "다 끝났는데 팬분들 이야기를 못 했더라고요. 한마디 하고 내려가야 할 것 같았어요."
용주 "재형이 수상 소감을 못했어요. 진정성 있게, 감사한 분들의 이름을 다 써서 재형이가 1시간 가까이 수상 소감을 말해서 유튜브 채널에 콘텐트로 올렸어요."
재형 "하다 보면 몰입이 돼요. 정말 감사한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다 이야기하는 콘텐트여서, 여기서 이야기 못 한 분들에겐 정말 상처가 될 것 같았어요. 미리 작성해서 이야기한 분들도 있고, 순간순간 생각난 분들도 있었어요. 100명 이상이었어요."
용주 "재형이 수상 소감까지 들었으면 생방송 사고였을 거예요. 한시간 가까이 소감만 듣느라."

-수상 소감에 담긴 메시지에 감동 받은 팬들도 많았습니다.
용주 "저희는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이에요. 근데 기존의 틀에 저희가 적응을 못 했어요. 당시 너무 부족했죠. 기존 시스템에 적응을 못 했는데, 코미디는 계속 하고 싶었고요.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식대학을 하기 전부터 조그만 바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했어요. 저희는 사실 스탠딩 코미디 크루죠. 그러다 유튜브까지 하게 됐어요. 저희가 계속 코미디를 하기 위해서는 누가 만든 틀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어서요. 우리가 공연을 하고 싶으면 공연을 만들고, 불러주는 데가 없으니 콘텐트를 스스로 만들었어요. 그 작업을 수년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어요. 저희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까지 오게끔 만든 요인이 뭔지 고민했어요. 이런 위험 부담을 계속 안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저희를 사랑해주시고 영감을 얻어가시는 것 같아요. '이 상이 끝이 아니라, 이걸 발판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영어로 '단플'하게 요약한 것이 소감이에요.
민수 "'단플'하게요? 단순하고 심플하게, '단플' 좋다. MZ 세대 용어 같네요."

-손석구 씨가 다가가서 재형 씨에게 함께 사진 찍자고 요청하는 영상이 큰 화제를 모았잖아요.
재형 "그때 잠깐 휴식시간이었어요. 둘은 화장실에 가고 저만 있었어요. 멍하니 배우 분들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손석구 님이 달려오시더라고요. '진짜 잘 보고 있어요. 진짜 팬이에요'라고 해주시는데, 할리우드 배우와 독대하는 느낌이었어요. 손석구 님은 그냥 돌진하시더라고요. '용주 형, 민수에게도 팬이라고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용주 "저희는 손석구 님을 영상으로 봤어요. 그 영상 조회 수만 300만이 넘었더라고요."
재형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셔서, '저도 찍어도 돼요?'라고 했어요. 그때 찍은 사진은 SNS에 올리셨다는데 저는 못 봤습니다.(웃음)"
용주 "(손석구 씨) 시간이 지났지만 사진 다시 한 번 올려주세요. 하하."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뉴 미디어에서 코미디가 부활하고, 그 영향으로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코미디 무대의 부활 움직임이 있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팀이 피식대학이에요.
재형 "옛날엔 대기업에 입사해서 결재를 받았다면, 지금은 자영업자인 거예요. 이런 상을 받을 거라곤 예상은 못 했어요. 다만, 계속 영감을 충돌시키며 만들어나가다 보면, 언젠간 좋은 일들이 생길 텐데, 그게 목표가 되기보다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만들어나가며 돈을 벌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죠. 직업적으로 코미디를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다 보니, 처음부터 이걸 예술로 접근한 게 아니에요. 웃기는 게 좋고, 그걸 직업으로 하려니 코미디언뿐이잖아요. 거기서부터 시작해 커지고 커지다 보니, 그런 좋은 말까지 해주시더라고요.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 저희는 살기 위해 시작했어요. 지금은 대중이 저희에게 바라시는 바대로 계속 새로운 걸 하려고 해요."

-변화에 정점에 선 장본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민수 "기존의 코미디언은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잘 돼서, 예능인이 되고, 유재석 선배님 같은 MC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저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코미디언이에요. 저희의 콘텐트를 계속 만들어내는 게 길이자 방향인 것 같아요."

-기존 미디어의 러브콜이 많아졌을 텐데요.
민수 "플랫폼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요즘은 좋은 콘텐트라면 어떤 플랫폼이든 다 들어갈 수 있는 시대예요. 좋은 콘텐트가 있으면 플랫폼과 상관없이 다 보실 거라고 생각해요."

-'피식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용주 "어떻게 보면 타의적으로 시작했어요. 유튜브 팬 페스트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몇몇 선정된 채널 중 하나였어요. 저희가 어떤 채널인지, 어떤 크리에이터인지 알리는 영상을 냈어야 했죠. 어떤 걸 만들까 고민하다가, 처음엔 장난이었어요. 외국인들이 어차피 저희를 모를 텐데, 그냥 슈퍼스타라고 하기로 한 거예요. 기획 시리즈물로, 영어 인터뷰를 짧게 하나 만들었어요. 마치 한국계 아티스트가 해외에 진출해서 인터뷰하는 영상처럼요. 처음엔 '외국인을 속이자'였어요. 그걸 보고 한국 분들이 '외국인들이 진짜 '월클'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진짜 웃기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았어요. 그렇게 찍고 나서, 영어로 대화하는 저희 모습이 너무 웃긴 거예요. 그래서 팟캐스트로 한 번 해봤고, 또 '피식쇼'로 리뉴얼해서 시도하게 됐어요."
재형 "처음엔 ('피식쇼'가) 잘 안 됐어요. 지금은 '얘네 한 번에 만들었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처음 게스트가 로스 님이거든요. 그땐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는 관심도가 적었어요. 저희끼리 표현으로 '묵혔다가 다시 꺼내보자'고 했어요. 그 후 회의를 거듭해서 다시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톱스타들이 앞다퉈 출연하는 콘텐트가 됐죠.
용주 "모든 게스트 분들에게 다 감사해요. 특히 방탄소년단의 RM 씨가 출연해준 이후로 정말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사실 수상 소감에서 RM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야 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일부 시청자들에겐 가장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어떻게 영어 실력이 그렇게 급격하게 늘었나요.
민수 "진짜 ('피식쇼'를) 하면서 늘었어요.(웃음) 일단 리스닝이 정말 많이 늘었고요. 외국 영화를 보면, 가끔씩 아는 표현들이 막 스쳐요.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어요. 용주 형 말론 '실력에 비해 목소리가 크다'고요.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사람들은 '얘 뭐야'라고 놀라는 거죠."
재형 "저는 그냥 한국말을 하니까, 한국 게스트가 나오면 편해요. 근데 외국 게스트가 나왔을 땐 저도 영어를 하고 싶어요. '영어로 할까' 하다가도 머리에 쥐가 나요."

-용주 씨는 원래 영어를 잘했는데, 이젠 아예 원어민처럼 하는 것 같아요.
용주 "아닙니다. 초등학교를 호주에서 나왔는데, 너무 오래전이에요. '피식쇼'를 하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실제로 매주 영어를 잘하는 게스트가 나오다 보니, 한 시간 동안 프리토킹을 하고 나면 단어나 표현이 늘어요. 배우면 바로 흡수해서 다음 게스트에서 쓰죠. 주변에서 민수와 저를 보고 '영어 공부하는 데 자신감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엄청 잘하는 건 아니지만 해보니, 많이 하고 목소리 크게 하면 빨리 늘더라고요."
민수 "무조건 목소리 크게 크게. '와이 낫!'."

-'피식쇼'를 보며 영어 공부하는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었을 거예요.
용주 "많은 게스트 분들과 쇼를 해봤잖아요. 국내에서만 있던 게스트들도 영어를 잘하더라고요. '왜 그런가'하고 봤어요. 저희가 영어 교육을 많이 받아서, 사실상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대요. 근데 자신감이 없는 거래요. 영어를 잘하는 게스트들에게 '해외에 나가 봤나요'라고 물어도 '국내에서만 배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민수 "이러니까 진짜 영어 강사 같네요."
용주 "잉글리시 이즈 컨피던스!"

피식대학이 28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2023.04.28/
-세 멤버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뭔가요.
민수 "늘 지금 하고 있는 캐릭터가 가장 애정이 가요. 지금 이렇게 영어를 하는 게 하면서도 재미있어요."
용주 "저희 실력과 운 때가 맞아서 잘 나온 캐릭터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거에 매몰되다 보면 자가복제를 해요. 집착하다 보면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게 되고, 발전에 걸림돌이 돼요. 그래서 현재에 있는 것, 혹은 앞으로 만들 캐릭터와 콘텐트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지나갔던 캐릭터와 콘텐트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고 해요. 그래서 저도 지금 현재의 캐릭터와 앞으로 할 캐릭터를 가장 애정합니다."
재형 "덜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캐릭터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피식쇼'에서 저는 그냥 저예요. 저는 그래서 저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한사랑 산악회' 팬들에겐 비보가 되겠네요.
민수 "저희는 다음 걸 계속 해야 하니까요. 사실 돌아갈 일은 없지 않을까요. 이벤트성으로는 할 수 있겠으나. 이건 창작자의 의무이자 욕심 같아요. 이전에 좋았다고 해서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걸 계속 보여 드리는 게 역할 같아요."
재형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고요. 상황이 이전으로 돌아가기엔 무리가 있는 느낌이에요. 이전에 했던 재밌는 것보다 앞으로 보여드릴 재밌는 것들을 쟁여놓았어요."
용주 "멘트가 생각났어요."
민수 "뭔데요. 해주세요. 요즘 (이용주가) 모티베이터로 거듭났어요."
용주 "2002 월드컵이 우리에게 큰 꿈을 줬지만, 거기에만 매몰돼 있었으면 카타르 월드컵은 없었습니다."
민수 "자! 넘어가시죠."
용주 "요즘 자꾸 명언을 만들려는 병에 걸렸어요.(웃음)"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용주 "저희는 진짜, 거의 뇌에 있는 정보나 아이디어를 다 토해내요. 요즘 디바이스들이 동기화되듯, (멤버들도) 생각이 동기화돼 있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이야기를 해요. 그걸 보고 다른 사람이 영감을 받아서 또 다른 걸 만들어요. 이 습관을 수년간 해왔어요. 방법도 아니고 노력도 아니고 습관이에요. 매일, 365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 셈이죠."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그럼 '피식쇼'의 경우엔 레퍼런스가 된 콘텐트가 있었나요.
용주 "하나의 콘텐트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몇달 혹은 1년까지도 관련 이야기를 해요. '신도시 아재들'도 거의 1년간 이야기를 나눈 콘텐트에요. '피식쇼'는 반년 정도 이야기 나눈 거고요. 그 안에 레퍼런스가 너무 많이 녹아 있어요. 특정한 무엇을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요. 미국 래퍼들의 팟캐스트부터 '데이비드 레터맨 쇼'나 '코난 쇼'까지 집합이 됐어요. 하나를 집어낼 수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오래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거예요."
민수 "레퍼런스가 명확히 있더라도, 무조건 우리 걸 더 추가하는 게 원칙이에요. 외국 걸 그대로 번역해서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와 닿지 않아요. 바꿔서 자기 걸로 섞어서 해야 감정이 전달돼요. 최대한 저희 걸로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주변 사람들도 허투루 보지 않고 항상 관찰하는 게 피곤할 것 같아요.
민수 "매번 보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게 관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번 피곤하진 않아요.(웃음)"
재형 "셋의 캐릭터가 다 달라요. 용주 형은 사람에 관심이 많아서 대화도 많이 하고 새로운 아티스트에 대해 파고들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엔 인물에 집중하기보다 사건이나 현상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는 그 안에서 어떻게 부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런 포인트가 달라요."
용주 "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대화하려고 해요. 이전에는 목적 없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관찰하다가도 그 분이 저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저를 알아봐 주시니까, 관찰이 금방 끝나버려요. 그런 고충이 있네요."
민수 "용주 형은 관찰을 하는데,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들어가서 직접 봐야 해요. 그걸 하려면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좋아해야 한 번 더 들여다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용주 형은 사람이나 사물에 관해 애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용주 "또 명언이 생각났어요.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은 인간입니다."
재형 "이건 원래 있는 말이잖아요. 하하하."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피식대학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인기를 만끽하는 스타일인가요.
민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예 즐기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최대한 지금의 사이클대로, 심플하게 살려고 해요. 일탈 없이, 집과 일만 오가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만나면, 생각보다 삶이 되게 단순하더라고요. 화려할 것 같은데, 의외로 새벽까지 작업을 하며 열심히 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인생을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형 "저는 중간이에요. 좋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많이들 알아봐 주시면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좋기도 하면서, 오만가지 감정이 들어요. 다른 아티스트들보다는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당연히 너무 좋은데, 길 다니다가 다가와 주시면 좋으면서도 무서워요. '이젠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이전처럼 편하게 다니기엔 어려운가'라는 포인트가 다가와서 그래요. 그러면서 또 즐기기도 하고요."
용주 "이전에 구독자가 많지 않았을 때, 저희끼리 '이 정도의 인기면 좋겠다'라고 설정한 것들이 있어요. 인기는 하루에 딱 세 명만 알아보는 삶이었어요. 알아보는 것도 '엇!' 하고 그냥 지나가는 정도라고 설정해뒀었죠. 근데 너무 감사하게도, 확 넘어가 버렸어요. 지금은 '엇!'의 소리도 확 커졌어요. 너무 감사한데, 저희의 설정에서는 너무 올라가 버리긴 했죠. 저희도 덩달아 놀라요. 빨리 적응해야죠."

-인터뷰 장소로 오면서 엘리베이터에서도 팬들을 많이 만났잖아요.
용주 "저희를 연예인으로 보신다기보다는, 휴대전화 화면에서만 나오던 사람이라 신기하게 느끼신 거 아닐까요."
재형 "코미디언이라서 조금 더 친근한 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다른 방송국 가서 배우가 지나가면 못 다가갈 것 같은데, 코미디언 선배가 지나가면 저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며 다가갈 것 같아요. 코미디언의 장점이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재형 "저희가 팬분들에게 참 못해요. 콘텐트 만들기만 잘하다 보니, 그건 이제 능수능란해졌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하는지는 미숙하다고 생각해요. 이 자리를 빌려서,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 빅 팬들, 많은 분들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용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이었고, 감사드린다는 말이 첫 번째에요. 상을 받아서 기분은 너무 좋은데, 이 상황을 계속 보고 있으면 안주하고 싶거나 게을러질 것 같아요. 스스로 유혹도 있는 것 같아서,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이 상을 주신만큼 다음 콘텐트, 작품으로 즐겁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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