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성장 방점… 한미금리차·가계빚은 ‘뇌관’

김지현 기자 2023. 7.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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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번 연속해서 동결한 것은 인플레이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지만 지속되는 수출과 내수 부진에 경제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은 고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런 상황에서 굳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금리 인상을 무리하게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은은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발맞춰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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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3.5%… 4연속 동결
수출·내수 부진에 경기 불투명
이창용 “긴축 기조 유지하면서
향후 추가인상 가능성 열어둬”
한미금리차로 자본유출 가능성
가계부채도 3개월째 늘어 ‘불안’
이번에도 동결 이창용(뒷줄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조정 없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윤성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번 연속해서 동결한 것은 인플레이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지만 지속되는 수출과 내수 부진에 경제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은 고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포인트까지 벌어질 경우 발생할 환율 불안이나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충격도 한은이 넘어야 할 과제다.

◇물가→경기로 중심 이동 = 한은은 일단 물가 문제에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현재 물가는 한은의 목표 수준보다 다소 높지만 당초 예상한 경로대로 떨어지는 추세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정상화되면서 1년 전보다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은은 이런 상황에서 굳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금리 인상을 무리하게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제가 정부나 한은의 예측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의 절반이 지났지만 수출 증감률은 여전히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 이후 내수 중심으로 돌아가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미국 성장률이 유지되고 중국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을 반영해 1.4%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환율 등 불안 요소 =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8월 이후 다시 3% 내외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이라면서 “주요국 통화정책과 가계부채도 지켜봐야 하는 만큼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되, 3.75%로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한다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미국도 기저효과 때문에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며 “목표 수준에 충분히 수렴했다고 확신이 들 때 금리 인하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긴축 수준이 장기화하면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끝났다는 기대감에 가계부채가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6월 증가액은 7조 원으로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역전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새마을금고 같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거시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더 커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정책당국과 한은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기준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선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위원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은은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발맞춰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9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하고 원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5월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50∼1.7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에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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