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 국익도 뒷전인 ‘방류수 정치’[시평]

2023. 7. 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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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韓日 해류상으론 가장 먼 나라
회 소비 줄고 소금 사재기 황당
일본 원정시위 부작용도 우려
정작 일본에선 정치 쟁점 안 돼
가짜뉴스 따른 피해에 더 관심
과학의 정치화에는 값비싼 대가

‘지리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깝지만, 해류상으로는 한국이 일본에서 가장 먼 나라다.’ 해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를 방류하면 구로시오해류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 직접 오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 4∼5년 뒤 한반도 인근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방류수를 내보내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벌써 직접적 피해를 우려한 행동이 나타난다. 생선회 소비가 줄고, 심지어 소금을 사재기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정치권이 감정적 접근으로 불신을 키우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 결과는 엉뚱하게 어민들과 식당업계의 피해로 이어진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내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시위까지 감행했다. 한국의 반대 입장이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정치권은 현재 잠잠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애매한 입장을 취할 뿐이다. 일본 정부의 방침에 야당도 반대와 불신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일본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주장을 국제적 기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 또한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어서 정치적인 쟁점이 되지 못한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반대 논의는 과학적 기준에 대한 불신보다는, 괴소문에 의한 피해 즉 ‘후효(風評·풍평·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후쿠시마 어민 단체도 가짜뉴스 피해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진보적인 성향의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조차도 과학적 기준에 대한 비판은 적다.

오히려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당시 ‘후쿠시마 어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다면 (오염처리수) 방류는 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잘 지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어민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보게 될 피해에 대해 보장책이 마련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일본 국민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식품의 안전과 원자력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도쿄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2022년 조사 때는 방류 반대가 35%였던 데 비해 지난 3월 5일 조사 때에는 21%로 줄어들었다. 이는 일본 국민이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를 중요한 쟁점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과학적 기준을 받아들였을 것임을 시사한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3인 정당인 사회민주주의정당(사민당)만 반대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많은 분담금을 내 IAEA의 검증에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과 중국 다음가는 제3위 분담금 국가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IAEA의 검증은 여러 연구기관이 교차 검증을 하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삼중수소만을 제거해서 봉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져 지지를 얻지 못한다. 일본에서도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한 미래 불투명성을 근거로 반대하는 여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삼중수소를 배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결코 후쿠시마 방류수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친미·반미, 친중·반중, 친일·반일, 친북·반북이라는 이념으로 모든 문제를 정치화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것은 뒷전이고, 정서적·감정적으로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최우선시한다.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도 과학의 관점은 뒷전인 채로 감정적인 반대론으로 정쟁을 거듭한다. 정치권은 합리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정치 과잉으로 갈등과 대립만 부추긴다. 이번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를 단지 정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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