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도 은행들 셈범 복잡…"그래도 3%대 주담대 당분간 없다"
"정부 이자경감 주문 지속에 업권 금리 경쟁 확대에 상승폭 제한적"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하면서 대출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 이상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대출 금리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에 차주 금리부담 완화를 주문하고 있고,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플랫폼 취급 등을 앞두고 있어 은행들이 시장금리를 주담대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 4%까지 오른 금리 하단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 상승 압박…미 연준·새마을금고 사태 여파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했다. 지난 2월·4월·5월에 이은 4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췄으나, 지난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돌입했다,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총 3%포인트(p) 금리를 올렸다.
금리가 동결되면서 대출자들은 안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금리를 보면 우선 변동금리는 연 4.21~6.19%, 고정금리 연 4.06~6.00%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시기 변동·고정금리 하단은 각각 3.91%, 3.88%를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 모두 연 4%대로 올라섰다.
지난달과 기준금리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금리가 상승한 것은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산정 시 주로 기준금리가 반영된 시장금리(은행채)를 사용한다.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3월 4.564%였던 은행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5월한 때 3%대로 내려왔다가 6월 다시 4%로 오른 뒤 최근에는 4.310%(12일 기준)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올릴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로 시장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예금이 최근 연 4%로 올라선 점도 대출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은 아니다. 은행들이 변동금리 산정 시 기준으로 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에 영향을 줘서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5월 코픽스 3.56%로 전달대비 0.12%p 상승했다. 당장 대출을 받는 차주는 물론, 변동금리 재산정 주기를 맞은 차주들도 금리 부담이 커진다.
◇ "정부 이자경감 압박에 금리 경쟁도 확대…현재 금리 수준 당분간 유지"
그런데도 은행들은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하는 등 지난해 말, 올해 초와 같은 인상은 하반기 없으리라 전망한다. 계속해 정부가 고물가·고금리 시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 완화를 주문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들을 지속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부터 개시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주담대 취급은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담보평가, 인건비, 관리비 등이 포함돼 인터넷전문은행보다 0.5%p 이상 높게 형성돼 있어 갈아타기(대환)에 나서는 차주가 많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기에 취급할 때부터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비용 들여 유치한 고객을 손 놓고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마진폭을 줄여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기에 대출 금리를 무작정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따라 시중은행 주담대 채권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주담대 금리를 낮게 유지할 동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은 올해 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다 올해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은 올해 초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가계대출이 역성장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거래가 다소 살아나고 있기에 매출 증대를 위해서도 금리 유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일부 지역에는 주택가격 상승 분위기도 읽히는 등 내부 전망보다 빠르게 시장이 변화하는 양상"이라면서도 "이미 정부 압박에 대출금리를 역마진 수준까지 낮춰 운영하고 있고, 향후 기준금리가 낮아져야 마진이 회복하는 형태로 시뮬레이션한 후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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