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튜버 스태프, 근로자 아냐” 법원 첫 판단…‘케바케’ 불씨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7. 13. 11: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法 “유튜브 스태프, 근로자 아냐”
법원 첫 판결에도 분쟁은 지속
채널·업체별 근무실태 ‘천차만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영상 관련 업무를 담당한 스태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경우 일하는 방식과 형태가 제각각인 만큼 다른 사건에서 경우에 따라 정반대 판결이 나올 이른바 ‘케이스 바이 케이스(케바케)’를 배제할 수 없다. 유튜브 스태프가 근로자인지, 도급계약에 따른 사실상 사업자인지 여부가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유튜브가 새로운 노동 분쟁의 격전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법원 “유튜브 스태프, 근로자 아냐” 첫 판단
13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박태일)는 유튜브 채널 영상물 제작 업무 등을 수행한 A씨가 업체 공동대표 B씨 등 2인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서울의 한 영상제작 업체에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일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영상 기획·촬영·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기획안·영상 데이터자료 관련 업무를 일부 맡기도 했다.

A씨는 일을 그만둔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그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금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을 합해 총 113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회사에서 영상 촬영과 기획·편집 업무 등을 수행한 근로자였지만 B씨 등이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며 “B씨 등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일단 A씨와 B씨 등의 사이에 노무 제공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이 체결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들이 근로기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B씨가 추후에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급여의 지급시기, 지급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선을 그었다.

B씨 등이 2020년 7월 개업 당시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도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익도 없는 상황에서 급여까지 약속하면서 A씨를 채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직원인 줄” 동료 증언에도 근로자성 ‘부정’
무엇보다 A씨를 근로자로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근무실태였다. B씨 등이 A씨를 상대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면 근로자였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 업체의 근무일은 화~금요일이고 업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그러나 법원은 B씨 등이 A씨에게 출근을 강제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통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B씨 등이 A씨의 출퇴근을 기록·관리했다는 자료가 없다는 데에도 주목했다.

A씨가 외조모상,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생일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쉴 때 B씨 등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같은 회사에서 같은 회사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스태프가 A씨를 직원으로 인식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스태프는 “A씨는 대표들의 지시에 따라 영상 기획·촬영·편집 등 여러 업무를 수행했고 저는 A씨를 대표들 밑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 회사에서 활동한 크리에이터 6명은 이와 반대되는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A씨는 경험을 쌓기 위해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회사에 요청했고 A씨가 개인 외주 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잠을 많이 잤다”며 “A씨는 근무를 한다기보다는 본인의 작업 공간이 필요해서 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인턴으로 일했던 스태프도 “전 사무실을 빌려쓰면서 같이 있기만 하는 관계였고 A씨도 비슷한 목적으로 이 회사에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원으로 표시된 명함을 소지했고 이 회사에 근무했다는 경력증명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근로자였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체로 근로관계를 표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력증명서는 A씨가 퇴사한 후 B씨 등에게 준 양식에 B씨 등이 서명한 것에 불과해 B씨 등이 A씨의 향후 취업·경력에 유리하도록 호의로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력증명서 작성 사실만으로 곧바로 A씨와 B씨 등의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유튜브 스태프 근로자성 분쟁 ‘현재진행형’
이번 판결은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첫 법원 판단이지만 관련 업계가 유사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경우 근로시간, 업무강도 등 근무실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스태프의 근로자성 소송을 처음 제기한 곳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다. 민변은 유튜브 채널 ‘자빱TV’ 스태프 15명이 운영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대리를 맡았다. 스태프들은 그동안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 총 5억5000만원을 청구한 상태다.

민변 소속 대리인단은 소장을 통해 “스태프들은 자빱TV 운영자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며 “콘텐츠 제작 외에도 채널 운영자가 요청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다른 근로자들과 협력해 일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자빱TV 스태프 30여명 중 근로계약을 체결한 인원은 4명뿐이었다. 소송을 낸 스태프 15명은 총 3853시간을 일하고 556만원을 받았다.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1440원 꼴이다.

이 소송에서는 자빱TV가 스태프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는지, 위탁계약 관계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적정한 지시권을 행사한 것인지가 근로자성을 가르는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만약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면 자빱TV 콘텐츠 저작권을 원창작자인 스태프들이 가져야 한다는 예비적 주장도 내놨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판결이 나오면 업계 전반으로 유사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선고된 사건도 하급심 판결이기 때문에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나올 경우 ‘다퉈볼 만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미디어 산업 종사자는 1만5333명에 이른다. 1인 미디어 사업체 중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보유한 곳은 20.3%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체의 콘텐츠 제작 인력 현황을 보면 편집기사 82.9%(복수응답), 연출·제작 PD 61.5%, 촬영기사 52.8%, 디자니어 47.1%, 음향·녹음기사 27.9% 순이었다.

자빱TV의 4차 변론기일은 다음 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