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서 불거진 알카라스의 ‘스파이게이트’ 논란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3일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에서 홀게르 루네를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런던 | 신화연합뉴스

생애 첫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카를로스 알카라스(1위·스페인)가 뜻하지 않은 ‘스파이’ 논란에 휩싸였다. 윔블던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의 훈련을 염탐했다는 것이다.

알카라스는 13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홀게르 루네(6위·덴마크)를 3-0(7-6<7-3> 6-4 6-4)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랐다. 알카라스는 4강에서 다닐 메드베데프(3위·러시아)를 제압하면 결승에서 조코비치와 맞대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조코비치는 얀니크 신네르(8위·이탈리아)와 4강전을 치른다.

메이저 대회에서 23번 우승한 조코비치와 2003년생 알카라스의 대결은 많은 팬이 기다려온 매치업이다. 그것도 메이저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결승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져 이목이 집중된다.

그런데 알카라스의 아버지가 조코비치의 훈련을 촬영하는 장면이 목격돼 논란이 일어났다. 영국 현지 언론들을 통해 ‘스파이게이트’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로 확산됐다.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기자회견에 나선 알카라스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알카라스는 정작 아무 일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알카라스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알카라스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경기와 훈련을 보기 위해 올잉글랜드클럽을 누비고 다닌다고 한다. 알카라스는 “현실 세계에서 조코비치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일이 생겼다면, 아버지는 분명히 영상으로 그 장면을 남기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카라스의 말대로 테니스 대회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촬영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취재진과 제한된 수의 팬들만이 출입할 수 있긴 해도, 연습 코트에서 촬영을 막지는 않는다. 심지어 훈련 코트 사이에 벽이 있는 경우도 드물기에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다른 선수의 훈련을 쉽게 지켜볼 수 있다.

알카라스는 아버지의 영상이 조코비치와 대결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 단호하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조코비치의 훈련 영상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려 있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