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inema] 여객선 침몰하면 타이타닉처럼 늘 남자가 많이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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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잠수정 타이탄이 대서양 심해에서 내파돼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졌습니다. 이들은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타이태닉의 비극이 인간 본성과 경제학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래전부터 분석해왔습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타이타닉’(Titanic·1997)에서 여주인공 로즈 부카터(배우 케이트 윈즐릿)는 결혼을 약속한 졸부와 승선합니다. 가난한 화가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배에 오릅니다. 빙산에 부딪힌 타이태닉은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선장은 ‘여성과 아이를 먼저 구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잭은 선상에서 연인이 된 로즈를 구한 뒤 죽음을 맞이합니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구명정을 양보하고 장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신사도 있습니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은 ‘인간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규범에 따라 이기적인 행동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생사가 달린 문제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타이태닉 침몰 사건은 이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탑승객 2208명 중 68%인 1496명이 사망했습니다. 여성은 75%가 구조되었지만 남성은 단 17%만 구조되었습니다. 아이들은 51%가 구조되었고 선원은 24%만 목숨을 건졌습니다. 영화 속 묘사는 이 데이터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이 늘 이렇게 숭고하게 행동할까요?
타이태닉 사고 3년 후 대서양을 건너던 여객선 루시타니아호는 독일군의 공격으로 침몰해 1200명 가까이 사망합니다. 이번에는 남성의 생존율이 34%로 여성(28%)보다 더 높았습니다. 타이태닉과 반대로 여성들이 더 많이 목숨을 잃은 거죠. 타이태닉은 빙산과 부딪힌 후 침몰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 반면 루시타니아는 단 18분 만에 가라앉았습니다. 스위스 경제학자들은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것을 중요한 차이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하려는 인간의 행동은 즉각적이며 본능적입니다. 반면 약자를 구하는 행동은 숭고하지만 선원들의 통제와 사회적 압력이 필요합니다. 루시타니아의 경우 순식간에 가라앉아 본능의 발현이 압도한 거죠.
스웨덴 경제학자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다른 16건의 해양 인명 사고를 추가로 연구해 ‘미국 과학 아카데미’에 보고했습니다. 결과는 타이태닉보다는 루시타니아 쪽이었습니다. 남성 생존율(37%)이 여성(27%)과 아이들(15%)보다 높았습니다. 선원 생존율은 61%로 승객 생존율(32%)을 압도했습니다. 이들은 타이태닉이 예외이고 선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동시에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도 있는 복합적 존재입니다. 여름밤 영화 ‘타이타닉’을 다시 보면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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