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더 퓨처'展 한국 현대미술을 탐험하다

유선준 2023. 7.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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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훈 작가 '블라인드 작업' / 사진=유선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소장품 특별전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가 관람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법의 융화 등 한국 현대미술의 격변기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백 투 더 퓨처'전은 지난달 16일 개막한 후 관람객 7만명을 돌파했다.

'백 투 더 퓨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수집된 소장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형성과 의미를 추적하는 전시다. 공성훈(58), 박이소(66), 금혜원(44), 안정주(44) 등 작가들의 주요작, 한국 동시대 미술 작가 21명의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 33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90~2000년대 시대 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아울러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 혼재하던 시기를 관통하며 성장하고 한국 미술사에 등장해 현재 현대 미술계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들 세대를 정의하는 주요 기제로 기존 관습이 묻어나지 않고, 이전 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상과 상황을 거리낌 없이 타고 넘는 특징을 꼽을 수 있다.

공성훈 작가는 대표작으로 '블라인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블라인드를 활용해 작업한 초기 연작 중 하나다. 대량 생산된 소재이자 일상적 사물인 블라인드의 본래의 기능이 아닌 색채, 형태, 움직임 자체에 집중했다. 작품의 의미보다 매체 실험에 집중하며, 보편적인 개념이나 가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공 작가의 초기 작업 태도를 반영한다.

금혜원 작가의 '푸른 영토-부유하는 섬'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금혜원 작가의 '푸른 영토-부유하는 섬'도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른 영토' 시리즈는 도시 재개발 공사 현장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작품에서 '푸른 영토'는 철거지 내 침수 방지를 위해 덮어 놓은 파란색 방수포를 말한다. 금 작가는 이 푸른 영토를 재개발 논리에 의해 짓눌린 상황과 개발에 의해 얻게 될 기쁨이라는 대조성을 통해 혼돈과 이질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남화연 작가의 '약동하는 춤'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남화연 작가의 ‘약동하는 춤’은 1980년대 개봉한 미국 영화 '플래시 댄스'의 마지막 춤추는 장면을 북한식으로 번안한 왕재산 경음악단(王在山輕音樂團) 무용의 명칭이다. 개인의 성공이 최대의 가치라는 자본주의적 성공 신화가 담긴 '플래시 댄스'의 미국식 춤은 북한에 유입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되면서 집단적 군무로 바뀐다.

남 작가는 1980년대 미국 춤을 당대 북한의 이데올로기 댄스로, 또는 2000년대 자신의 몸 동작을 유튜브를 통해 유통하는 남한의 대표적인 대중문화 미디어 현상으로 번안했다.

정재호 작가 '난장이의 공'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재호 작가는 '난장이의 공'을 통해 국가 주도의 고속 경제 발전 이면의 현실 풍경을 전개했다. '난장이의 공'은 한국의 산업화 당시 모습을 다룬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따왔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던 1970년대 일종의 유토피아적 공간으로 자리한 복합생활 공간인 세운 상가에서 내려다본 서울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정주 작가의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안정주 작가의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에서는 본인의 유년 시절 향수를 불러오는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와 '영원한 친구'를 하나의 곡으로 리믹스해 올림픽 개막 행사, 경기 중계 영상과 함께 편집했다.

영상은 원본과 다르게 재생 속도가 조작되거나 짧은 프레임으로 반복되면서 시각적 균열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효과는 아날로그 TV의 흐릿한 화면과 노이즈 현상으로 증폭되는데, 세계화를 향한 시대의 열망을 상징하는 국가적 행사와 그 이면에 놓인 갈등과 모순을 현재의 시각에서 환기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격동기를 잘 표현한 게 특징"이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예술의 결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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