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직 은행원도 가담했다···조직원 12명 구속기소
현직 은행원까지 합세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일당이 정부합동수사단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여 약 14억원을 가로챘으며 정부가 지급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9000만원가량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13일 오전 서울동부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포통장을 유통해온 조직을 수사해 총책과 조직원, 은행원 및 사건 무마를 청탁한 브로커 등 모두 24명을 입건하고 이 중 1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유령법인 총 42개를 만들고 190개의 대포통장을 계설해 국내외 보이스피싱 조직 및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대여해 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등)를 받는다.
총책 A씨(52)는 대포통장 모집·알선책과 사무실 조직원, 유령법인 명의자 등과 공모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175개의 대포통장을 빌려주고 14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조직에는 현직 은행원 B씨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방조 및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기소 됐다. B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에 사용할 법인계좌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수의 계좌를 개설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포통장 계좌를 열어주는 대가로 A씨의 펀드·보험가입 상품을 유치하는 등 영업실적을 채우고 피해신고가 접수된 피해자 정보를 총책에 넘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 조직은 2020년부터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포통장 개설 목적으로 유령 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법인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것처럼 속여 38회에 걸쳐 보조금 8740만원을 챙겼다. 합수단 관계자는 “대포통장 유통조직이 국가보조금을 편취한 범행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누적된 보이스피싱 조직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과 연계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전모를 밝혀냈다”면서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등에 법인계좌 설립절차 검증 강화, 계좌 지급정지 이력을 토대로 한 추가계좌 개설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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