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4번째 동결…"긴축 '상당기간' 유지"(종합)

김혜지 기자 2023. 7. 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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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50% 유지…물가 2%대 둔화에 경기 냉각 고려
금통위 "물가 중점 둔 긴축 기조 상당 기간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4연속 동결했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긴축 기조는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금리 격차가 이달 말 2%포인트(p)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2%대로 낮아진 물가 오름세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월, 4월, 5월에 이은 4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기준금리를 0.50%까지 내린 이후 지난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총합 3%p에 달하는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올초부터는 동결 기조 아래 그간의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한은이 이번에도 동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물가와 경기 등 국내 여건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면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이달 이후 다시 확대돼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금리를 굳이 조정하지 않고 현 수준에서 운용하면서 향후 물가 추이를 살피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는 하반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달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저 '상저하고' 전제를 유지한 채 이뤄진 터라 하반기 반등은 연간 성장률 달성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려 얻을 이익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금리를 섣불리 올리거나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최근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비은행권 연체율 상승이 실제 뱅크런(예금 인출) 조짐 등 불안으로 이어진 한편,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7조원 늘면서 3년4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13일 금통위 회의 /뉴스1

이날 금통위는 금리 결정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한 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나 근원물가는 지난 전망치(3.3%)를 소폭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우리 경제의 성장 부진이 당초 기대를 따라 누그러졌다고 진단했다.

의결문은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면서 "앞으로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며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에 발표한 전망치 1.4%에 부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장률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삭제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가 인상 필요성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리스크 △성장 하방 위험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이번 동결로 인해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선물 시장이 반영한 확률만 95%에 달한다.

이에 한미 금리차는 이달 말 현 1.75%p를 넘어 2%p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한은이 이번에도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2%p 격차까지는 우리 경제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뉴스1>이 금통위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 전원이 동결을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채권 전문가 100명 중 93명이 동결을 전망했다. 인상을 예측한 응답자는 7명에 불과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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