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민자 갈등 폭발한 프랑스는 정말 관용의 나라일까?

안혜민 기자 2023. 7.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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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프랑스 내 이민자 차별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이민자들의 불만이 폭력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 최근 프랑스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반복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과 피부색은 차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colorblind 신화가 깨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프랑스 내 이민자와 비이민자 사이엔 소득 격차, 빈곤율 격차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특히 아프리카계 이민자와의 격차가 큽니다.
· 우리나라에도 이민자,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는 만큼, 프랑스의 이번 폭력 시위는 어쩌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일지 모릅니다.


"이민자 혐오와 차별 등… 자라면서 느꼈던 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러 민족들이 서로 섞이지 못할 때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극복하는지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위의 글은 역주행 흥행으로 뒷심을 발휘하면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어느새 400만까지 바라보는 영화 <엘리멘탈>을 만든 피터 손 감독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민자 2세대인 감독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는 데다가 K 장녀라면 공감할만한 지점들이 많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흥행 뒷심을 발휘하고 있더라고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중 역대 흥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위는 490만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영화 <엘리멘탈> 이야기로 마부뉴스의 문을 연건 오늘 마부뉴스가 다룰 주제가 바로 이민자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 이민자가 겪는 차별로 갈등이 폭발한 프랑스 말이죠.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고, 그 영향으로 시위가 발생했거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프랑스의 이민자 갈등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130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만큼 프랑스의 상황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거니까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프랑스는 정말 관용의 나라일까?

 

10대 소년의 사망으로 시작된 프랑스 시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프랑스 시위는 경찰의 총격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경찰의 총구가 향한 건 다름 아닌 17살의 알제리계 프랑스인 소년, 나엘 메르주크였죠. 나엘은 경찰의 교통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총격을 맞았습니다. 처음 경찰은 나엘이 경찰을 향해 차를 몰아 돌진하고 밀어버리려 해서 정당방위로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SNS에 퍼진 영상에서 사람들이 확인한 건 경찰의 해명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의 과잉 진압과 거짓 해명에 분노한 시민들은 시위에 나섰어요. 하지만 시위가 점차 커지면서 주변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하는 폭력 시위로 변질되기 시작됐습니다. 시위대는 차량에 불을 붙이고, 공공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향해 폭죽을 쏘기도 했죠.

한 번 얼마나 많은 시위가 발생했는지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마부뉴스가 살펴본 데이터는 ACLED 자료입니다. ACLED(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는 예전 미얀마 민주화운동, 이란 시위를 다루었던 레터에서도 사용했던 데이터인데, 전 세계에서 발생한 무력 분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ACLED 데이터에는 분쟁 발생 지역뿐 아니라 어느 집단 간의 분쟁인 건지, 그 규모는 어떤지 그리고 해당 자료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프랑스 시위가 현재진행형인데 반해 ACLED 유럽 데이터는 6월 30일까지라서 현재까지의 모든 시위 데이터라고 볼 순 없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랄게요��

6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프랑스 내에서 발생한 시위를 지도 위에 뿌려보면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점의 크기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규모를 나타냅니다. 파리 서쪽에 있는 오드센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는데, 모두 6,200명이 참여했어요. 파리 쪽에 거대한 점 보이죠? 다만 모든 시위의 규모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정보가 없는 시위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가장 작은 점으로 표시했습니다.
 


빨간색으로 표현된 건 폭력 시위로 구분될 수 있는 분쟁들인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전역에 걸쳐있어요. 프랑스 본토는 13개의 레지옹, 그리고 95개의 데파르트망으로 구성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나엘의 사망 이후 95개의 데파르트망 중 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곳은 23곳뿐입니다. 7월 초에는 시위 양상이 더 확산되어서 프랑스뿐 아니라 스위스 로잔이나 벨기에 브뤼셀까지 시위가 번지기도 했어요. 아마 7월 자료가 업데이트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빨간색 점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몰라요.

이번 시위는 프랑스 내 이민자에 대한 차별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거였습니다. 알제리계 소년에게 경찰이 과잉 대응하자 분노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거였죠. 하지만 시위가 격해지면서 약탈과 방화가 일어났고, 심지어는 살상무기가 탈취되기도 했습니다. 1만 1,000건이 넘는 화재, 차량 5,000대 이상이 불탔고, 2,000여 개의 상점이 약탈당했어요. 나엘의 할머니도 나엘을 핑계로 발생하는 약탈을 멈추라고 호소하기도 했죠. 다행히 7월 4일부터는 폭력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어요.

하지만 7월 8일 또다시 경찰의 과잉 진압이 불거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2016년 7월 8일에 파리에서 20대 청년 아마다 트라오레가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던 중 의문사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의문사한 아마다 역시 이번 나엘과 마찬가지로 이민자 출신이었죠. 아마다를 추모하는 연례 집회에 참석한 아마다의 동생을 경찰이 과잉 진압하고 연행하는 모습이 SNS로 퍼져나가면서 프랑스 내 이민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레지옹과 데파르트망이 정확히 뭔가요?

레지옹과 데파르트망은 프랑스의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에서도 크게 3가지 단계(특별시, 도 / 시군구 / 읍면동)로 나눠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랑스도 비슷합니다. 레지옹(Région)이 가장 큰 영역이고, 그다음은 데파르트망(Départements), 가장 작은 행정구역은 코뮌(Commune)으로 불리죠. 이 세 가지 행정구역은 각각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프랑스 여행을 위한 관문, 샤를 드골 국제공항의 주소로 예를 들어볼게요. 샤를 드골 국제공항은 '일드프랑스 발두아즈 루아시앙프랑스'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서 일드프랑스는 레지옹을 뜻하고, 발두아즈는 데파르트망, 루아시앙프랑스가 코뮌입니다.
 

다양성과 관용의 나라, 프랑스가 어쩌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의견을 주장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함께 싸울 것입니다.

가슴 벅차게 만드는 이 문장은 역사학자 이블린 홀의 저서 <볼테르의 친구들>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관용, 이른바 똘레랑스를 프랑스 정신으로 만든 볼테르의 영향으로 프랑스는 관용의 나라, 차이를 존중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죠. 프랑스 헌법 1조에서는 출신, 인종, 종교의 구별 없이 법 앞에 모든 시민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고요. 특히 피부색이나 인종에 따른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colorblind 정신은 프랑스의 자부심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인구 구성이나 변화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인종 다양성이 보장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마부뉴스가 프랑스의 국가 통계기관인 INSEE(Institut national de la statistique et des études économiques)가 제공해 주는 데이터를 분석해 봤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1982년부터 2022년까지의 프랑스 인구 변화인데, 이민자에 의한 영향은 노란색으로 표시했어요. 다른 황토색으로 표시된 건 그 해 프랑스에서 태어난 인구와 사망한 인구를 합산한 비이민자의 순 증감분입니다. 1982년부터 2017년까지는 비이민자의 영향이 컸지만 2018년부터는 그 수가 역전될 정도로 이민자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1968년 프랑스 인구 중 이민자 수는 323만 5,000명 정도였지만 2021년엔 그 수가 696만 4,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전체 인구의 10.3%가 이민자들이죠. 이민 2세대, 3세대의 인구는 그보다 더 많아 734만 9,000명이나 되거든요. 과거보다 더 많이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출신 국가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유럽 출신 이민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계 등으로 점차 범위가 넓어지고 있죠.

단순히 이민자들이 프랑스 내에서 이민자들만의 커뮤니티를 꾸리는 게 아니라 비이민자들과의 융화도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민자 후손 중 56.6%는 부모 중 1명이 비이민자 프랑스인이거든요. 이 수치는 미국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이민 3세대도 비슷해요. 2019~2020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민 3세대 중 조부모 3명이 모두 이민자인 경우는 6%에 불과하죠. 53%의 이민 3세대는 조부모 중 이민자는 1명뿐으로 조사됐어요. 이런 수치만 보면 프랑스의 똘레랑스, 그리고 colorblind 정신이 긍정적으로 발휘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왜 이민자들은 분노하고 시위를 벌였던 걸까요?

 

인종 차별에 눈 감고 있던 프랑스?

인종 자체의 융화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차별이 실재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겁니다. 사실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프랑스 언론에서는 나엘의 인종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헤드라인엔 나엘의 인종이 전면에 등장했겠죠. 전문가들은 인종에 색안경을 쓰지 않는 프랑스에선 도리어 인종 문제가 거의 무시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똘레랑스의 사회니까 인종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는 거죠.

하지만 그건 프랑스 내 비이민자들의 생각인 거고, 이민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프랑스에는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이민자들의 생각이죠. 이민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유색인종이 아닌 백인과 비이민자 프랑스인에게 이뤄진 적 있냐며 분노하고 있어요. UN도 이번 상황에 대해 프랑스 내 인종 차별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고요. 사실 지난 수년 동안 유럽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프랑스 경찰의 공권력 남용, 그리고 인권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번 나엘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업무 진행 과정에서 인종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이런 정부의 태도가 소수 인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가스라이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종차별은 없는 걸까요? 정말 이민자와 비이민자 사이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지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INSEE에서 출간한 2023년 보고서 데이터를 가져와봤어요. 보고서에는 이민자와 이민자 2세대들이 프랑스 비이민자와는 얼마나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가 있는데, 그중 마부뉴스가 살펴본 자료는 소득 데이터입니다.


2019년 이민자의 연간 소득은 20,520유로. 비이민자의 소득 26,170유로와 비교하면 78.4% 수준이죠. 위의 그래프에는 비이민자 소득을 100%로 두고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봤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이민자 안에서도 출신 국가 별로 큰 차이가 있어요. 유럽 출신 이민자들은 비이민자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아프리카 출신은 66.7%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거든요. 이민자 2세대는 이민자 1세대보다는 격차가 적지만 여전히 국가 별로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빈곤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전체의 빈곤율은 14.6%지만 이민자들의 빈곤율은 31.5%로 2배나 높거든요. 여기서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가장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들의 빈곤율은 39.2%로 가장 높아요.

소득 수준 데이터를 보면 알겠지만 1세대보다는 2세대가 소득 격차가 덜 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민자 2세대들은 이민자 1세대보다 더 자주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어요. 2019년과 2020년 프랑스에서 설문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채용 과정이나 직장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2세대들이 1세대들보다 더 많았거든요.


그렇게 차별을 경험한 이민자들이 이번 프랑스 시위를 통해 분노가 표출된 겁니다. 실제로 이번 시위 건수를 프랑스 내 차별 범죄가 많이 발생한 지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사한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지도에 표시된 붉은색은 프랑스 데파르트망 인구 1,000명당 차별 범죄 피해자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건데 그 위에 나흘(27~30일) 간의 시위 건수를 나타낸 파란 점을 함께 그려봤습니다.

특히 도시화된 파리 근처 데파르트망인 일드프랑스 지역의 차별 범죄 비율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데, 시위 건수 데이터에서도 해당 지역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건 이상의 시위가 발생한 데파르트망 4곳 중 3곳이 일드프랑스 지역일 정도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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