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꾸짖은 英 국방 장관 ”우린 아마존 아니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이 서방 국가의 무기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윌리스 장관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렸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5월, 11시간 동안 차를 타고 우크라이나에서 가서 그들이 원하는 무기 목록을 받았다”며 “우리는 아마존이 아니다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 UPI 연합뉴스

서방 국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은 물론 군사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쇼핑하듯이 서방 국가에 무기 지원 목록을 제출하는 것은 다소 무례하다는 지적이다.

윌리스 장관은 “동맹국은 ‘아마존’이 아니다”라며 “서방 정치인들이 더 많이 기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선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른 나라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미국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든 싫든 사람들은 감사함을 표시 받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자 “터무니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리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영국은 물론 영국 총리, 국방 장관에게 항상 감사한다”며 “윌리스 장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윌리스 장관이 특별한 것을 원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정치 관계를 의식한 듯 윌리스 장관의 주장을 다소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수낙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다”며 “국민을 보호하고 이번 전쟁을 멈추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완전히 이해하며, 그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앞으로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윌리스 장관의 발언은 선물을 건넨 친척에게 감사 편지를 써야 내년에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하는 부모의 모습과 비슷하다”면서도 “외교적 결례일 수 있지만, 윌리스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왔던 만큼 솔직한 태도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