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9연승' 무서운 새내기 감독 이승엽, 이제 베어스 새 역사 도전
구단 최초의 '감독 데뷔 시즌' 10연승 도전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패배를 잊은 두산 베어스가 파죽의 9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시즌 9위로 추락한 팀을 맡아 부임 첫해 전반기 3위까지 끌어올린 이승엽 감독의 지도력도 주목받고 있다. '초보 감독'이란 꼬리표와 우려섞인 시선은 사라진지 오래다.
두산은 지난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이로써 두산은 김태형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8년 6월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1853일만에 9연승에 성공했다.
3위 자리도 공고히 했다. 42승1무36패인 두산은 공동 4위 NC 다이노스(38승1무38패)와 롯데 자이언츠(38승38패)에 3경기 차로 앞서 있다. 또한 2연패에 빠진 2위 SSG와 격차도 4경기까지 좁혀졌다. 리그 선두 LG 트윈스와도 6경기 반 차이다. 2강 구도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는 두산이다.
멈출 줄 모르는 두산 상승세의 중심엔 부임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이 감독이 있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두산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이 감독의 부임 소식에 야구계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현역 시절 숱한 기록을 세우며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은퇴 후에도 해설 위원과 야구장학재단 등을 운영하며 야구계와 인연을 이어왔지만 지도자 경력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선수와 감독은 별개의 영역이기에 이 감독의 성공 가능성엔 물음표가 찍혔다.
기대와 우려 속에 부임 첫 해를 맞이한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대형 위기와 마주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 도중 머리 부상을 당해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다. 여기에 김인태, 김대한, 김강률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다쳤고 중심 타자 역할을 해줘야할 김재환과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의 부진으로 투타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렸다.
5월까지는 버티기에 성공하며 5할 승률을 유지했지만 여름 들어 한계가 찾아왔고, 6월 한 달간 치른 24경기에서 10승14패, 승률 0.417로 고전하며 5할 승률이 붕괴되기도 했다. 순위도 6위로 떨어졌다. 두산과 이 감독에게 찾아온 가장 큰 고비였다.
이 감독은 이때 정면돌파를 택했다. 전반기 남은 기간 '총력전'을 선언했다. 더 이상 추락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공개적으로 배수진을 치고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가을 야구 복귀를 위한 첫 번째 승부처라고 본 것이다.
두산은 이 감독의 총력전 선언 이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7월 초 울산(롯데)-포항(삼성)으로 이어지는 제2구장 원정 6연전을 5승1패로 마치며 반등에 성공했고, 이후 잠실 키움 히어로즈와 3연전 스윕에 이어 올 시즌 열세에 놓였던 SSG를 상대로도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7월 치른 9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시즌 초반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투타 밸런스가 9연승 기간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9연승 기간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1.76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방출된 딜런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경력직' 브랜든 와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고 불펜도 '마당쇠' 김명신의 역투와 정철원의 헌신, 그리고 이영하 김강률의 복귀 등으로 지키는 힘을 보강했다.
마운드의 상승세에 타선도 발을 맞췄다. 양의지, 정수빈, 로하스, 강승호, 허경민, 김재호 등 연승 기간 3할 타율을 넘긴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최근 박세혁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준영이 혜성같이 등장해 맹타를 휘두르며 힘을 보탰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해있다.
정수빈은 "팀이 한동안 좋지 않다가 연승을 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살아났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말했고, 강승호는 "좋지 않을 때 투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이제는 야수들이 힘을 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분위기를 좋게 이끌려고 하는데 그 효과가 점점 나오는 것 같다. 지금처럼만 가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현재 팀 분위기를 전했다.
7월 들어 승리를 쓸어담고 있는 이 감독은 구단 새 역사에 도전한다. 이미 12일 경기 승리로 김영덕(1982년), 김성근(1984년) 감독에 이어 감독 데뷔 시즌에 9연승을 기록한 3번째 베어스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10연승 달성시 구단 역대 최초 데뷔 시즌 10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는 KBO리그 전체로 따져도 타이 기록이다. 현재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은 1997년 천보성 전 LG 감독이 달성한 10연승이다.
superpow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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