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일왕 방한,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지나
기시다, 외교서 ‘정치적 유산’ 남기기
나루히토(德仁) 일왕 부부가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일왕 부부의 방한은 역사적 악연으로 그간 불가능해 보였으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중 사상 처음으로 성사시켜 자신의 공적으로 남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여성 주간지 ‘조세지신’(女性自身)은 13일 전 궁내청 관계자를 인용해 “2년 뒤인 202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데, 이때 일왕 부부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정부 내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왕 부부의 방한 계획에는 외교에서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기시다 총리의 속셈도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 관저 한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는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한일관계의 총체적인 마무리를 위해 일왕 부부의 한국 방문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 윤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까지 한일 관계는 전후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도 이를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처리수(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에 반발하는 한국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기시다 총리는 리투아니아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며 “(총리는) 전례 없는 일왕 부부의 방한이 이뤄지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마사코 왕비가 외무성 출신이기도 한 만큼, 차세대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방문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한일 양국이 역사적인 악연을 실제 극복할지는 2년 뒤 일왕 부부가 방문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내 여론 동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에서는 1986년 아키히토 당시 왕세자가 최초로 방한을 검토한 바 있으나, 세자비의 건강 문제 등으로 보류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씨가 먼저 일왕의 방문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뒤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방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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