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교육 탐방] ② 교육에도 '웰빙' 바람…문화적 다양성도 강조
덴마크 학교들, 사회 책임감 강조…'스토리텔링' 위한 필수과목 개설도
(코펜하겐·캔버라=연합뉴스) 이동경 성도현 기자 = 호주는 전통적으로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개별 교사 및 학교 단위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높기 때문에 야외활동, 예술 교육 등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안정된 경제 체제와 복지 제도, 다양성 존중 문화 등은 지나친 교육 경쟁을 막는 제어 요인이 되어왔다.
최근 시드니와 멜버른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으로 인해 학교 부적응, 우울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웰빙'이 호주 교육의 주요한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전인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2018년 학생 웰빙 지침 및 웰빙 진단 도구를 개발해 안내하고 있다. 학생의 참여, 교수학습 혁신, 지역사회와의 연계, 포용, 안전 등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성장과도 연결된다.
탐방팀이 방문한 호주 캔버라의 학교들도 이런 노력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호주 연방의 수도이자 호주 수도 준주(ACT)인 캔버라는 2022년을 기준으로 8만2천175명의 학생이 137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에인즐리 초등학교는 '2022년 학교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곳으로, 긍정적인 학교 문화 및 체계적인 교육 과정 실행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는 도시 개발 초기인 1927년 새로 이주할 관료와 시민들의 자녀를 위해 설립됐다. 건물은 다소 낡았지만, 내부 시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교사들의 진지함과 열정, 학생들의 행복과 즐거움도 잘 어우러진 듯했다.
특히 이 학교는 '생활 속의 창의성'(CIR: Creativity in Residenc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 또는 음악 교사와 별도로 학교에 상주하는 전문 예술가가 예술과 관련된 도움을 받으려는 학생들을 지원한다.
탐방팀이 방문했을 때는 전문 연주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전문 연주자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공연을 준비하고, 연주 연습을 하며, 홍보물을 만들고 홍보 활동에 나서는 등 전 과정을 주도한다.
웬디 케이브 교장은 "창의성과 주도성, 문해력 등이 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정서 함양, 기초학력 향상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일상에서 관련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에인즐리 초등학교는 협업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를 학교 전반에서 실천하는 게 곧 아동의 사회 정서적 회복을 돕는다는 신념도 갖고 있다.
한 교실의 벽면에는 문제해결력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 결과가 정리돼 있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중요한 문제부터 중간 정도의 문제, 작은 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고 그림을 그리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습관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유아 학교인 이저벨라 플레인스도 아동의 웰빙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습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을 도와주는 통합 교실을 운영 중이다.
탐방팀은 '내가 별을 잡을 수 있다면'을 주제로 진행하는 수업을 참관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교사가 제시한 주제에 따라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문해력이 약한 학생은 같은 교실에서 보조 교사와 함께 쉬운 과제를 익히고 있었다.
다문화 국가이자 다양성을 추구하는 호주의 특성상 여러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저벨라 플레인스는 얼굴색이나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이 없는 다문화 교육을 지향한다는 의지를 교내 입구 벽화로 표현했다.
또 호주 원주민들이 사는 주요 지역 중 하나인 뉴나왈(Ngunnawal)을 언급하며 '우리는 뉴나왈 땅 위에 있다'(We're on Ngunnawal ground)라는 글을 교실에 비치하고 있었다. 이 땅에 먼저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사이먼 베이커 교장은 "원주민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가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원주민 가정 아동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K12)을 다루는 성공회 계열 사립학교 레드퍼드 칼리지는 전인교육을 위한 공동 교육 과정(co-curriculum)의 하나로 리더십 프로그램인 '듀크 오브 에든버러'와 '라운드 스퀘어'을 두고 있다.
듀크 오브 에든버러는 주로 야외 수련 활동 등을 통해 회복탄력성과 자아의식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다. 라운드 스퀘어는 국제 봉사, 지역사회 봉사, 교환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한다.
레드퍼드 칼리지의 강점은 스포츠, 음악, 드라마, 댄스 등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모든 학생은 최소 1가지 이상의 스포츠 활동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를 향상하고 모든 학생이 신체 활동을 즐기게 하기 위한 것으로, 학교는 다목적체육관과 잔디 운동장 등 다양한 시설과 장비를 제공한다.
악기별 전문 튜터들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개별 과외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악기 실습뿐만 아니라 앙상블 구성, 작곡 및 제작·녹음, 교내 오케스트라 운영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2년마다 열리는 뮤지컬, 드라마 행사도 기획할 수 있다. 발레와 재즈, 힙합 등 댄스 수업을 통해서는 의사소통, 협업, 비판적·창의력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피오나 가드프리 교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관심을 찾아나가는 것이 공동 교육 과정의 목적"이라며 "학업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학교 밖 견습생 제도' 등을 활용해 직업교육 과정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학교들도 전인교육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코펜하겐 팅비에르 지역에 위치한 팅비에르 스콜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상호 존중과 이해라는 교육적 가치를 내세우는 학교다.
팅비에르 지역은 코펜하겐의 다른 지역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 가정이 상당수 거주한다. 이 학교는 '우리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학교이며,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팅비에르 스콜레는 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을 넘어 시민의식(민주적 권리와 사회적 책임)을 높여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덴마크 교육을 언급할 때 거론되는 용어 '다넬세'(Dannelse)와도 연결된다. 전인교육을 반영한 이 용어에는 개인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시민으로서 기여해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유학교 교원 양성기관인 덴 프리 레레스콜레에서는 예비 교사인 학생들이 이후 자신이 가르치게 될 것을 동일한 내용과 방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교사도 학생의 입장에서 경험해봐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니콜라스 그룬트비와 덴마크 교사 크리스텐 콜드의 전통을 계승한 자유학교에서는 '살아있는 말'과 스토리텔링을 중시한다.
덴 프리 레레스콜레 관계자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더 랭귀지' 수업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론이나 발표, 놀이 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화법,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하는 방법,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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