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연속 동결에…이달 말 '2%p 한미 금리차' 개봉박두
금리차보단 환율이 핵심…"이례적으로 넓은 격차 허용 가능"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이달 말이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2%포인트(p) 높은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여지껏 본 적 없는 수준의 한미 금리차에 환율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한은은 앞서 미국의 한 차례 추가 인상은 금리 결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지난 2월, 4월, 5월에 이은 4연속 동결이다.
만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대로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올린다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현재의 1.75%p를 넘어 2%p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변동환율제에서 적정한 금리 격차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 이전의 최대 금리차가 1.50%p(2000년 5~10월)였던 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외국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심찮게 제기한다.
그러나 한은은 이미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을 한 차례는 염두에 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중순 물가 설명회에서 "5월 기준금리 결정 당시 미국이 한 번은 확실히 올린다고 가정했다"고 말했다.
연준이 지금보다 금리를 한 단계 높인다고 해도 커다란 금융 불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뒷받침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금리차 확대까지는 시장이 예견했기에 각종 가격 변수에 충격이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절대적인 금리차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큰 변수는 아닐 거란 지적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차는 단순 수치보다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고 특히 가격 지표로서 환율의 반응이 중요하다"면서 "환율이 작년보다 확실히 안정된 가운데 무역수지도 흑자 전환했고 향후 반도체 경기가 돌아설 경우 한두달 변동성이 있어도 이례적으로 넓은 범위의 금리차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평균 환율은 1306.5원으로, 이 기간의 환율 변화율은 +1.6%(원화 강세)로 계산됐다. 지난해 말 환율이 치솟았던 당시 달러당 1400원을 거뜬히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이다.
역대급 금리차가 지난 3월 이후 지속되고 있음에도 외국인 자본 유출입은 안정된 모습이기도 하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지난달 29억2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주식 투자금이 차익 실현 영향으로 소폭 빠졌지만 채권에서 30억달러 이상이 유입됐다. 5월에는 2000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114억3000만달러가 순유입된 바 있다.
관건은 연준이 9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경우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추가 인상은 어떻게 보나 어려울 수 있으나 만일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했을 때 환율이 단기간 급등해 지난해 10월처럼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한 차례 정도는 울며 겨자먹기로 인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미 한 차례 추가 인상을 가정했으며 두 차례 인상이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보겠다고 한 만큼, 9월이나 11월쯤 연준의 행보가 한은의 무게추를 움직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시장의 예상은 연준이 두 번째 추가 인상은 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특히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3.0%로 둔화하면서 7월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5.50~5.75%로 인상할 확률을 13%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오는 11월 FOMC에서는 25% 선에서 반영 중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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