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2%P 버틸 수 있다?···4연속 금리 동결한 금통위
美 추가 인상에 역전 폭 2%P로 커지지만
2%대 물가에 환율 1270원대로 떨어져
금통위서 4월 이후 가계부채 급증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다시 한번 동결했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이후 2월, 4월, 5월에 이어 이번까지 4연속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고 원·달러 환율도 127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영향이다.
물가나 환율이 안정적인 만큼 경기가 저점을 지나 반등하는 현시점에선 금리를 더 올리기보단 정책 파급 효과를 더 지켜보기 위해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있고 환율 불안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만큼 이창용 총재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리 수준은 2008년 12월(4.00%)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미 연준(5.00~5.25%)과의 금리 격차도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가 유지됐다.
4연속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물가 하락이 꼽힌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수출입물가지수도 환율 하락 영향으로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했다. 다만 한은은 기저효과로 물가가 내린 만큼 7월까지 2%대 물가가 이어지다가 연말엔 3% 안팎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5월 내놓았던 연간 전망치 3.3%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 안착했다고 볼 수 없고 수요 측 요인에 영향을 받는 근원물가 둔화 속도가 더딘 만큼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큰 폭 인상한 영국(5월 8.7%), 호주(5월 5.6%) 등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 수준 자체가 낮아 금리를 더 올릴 명분도 충분치 않다. 경기도 저점을 지나 하반기 회복 흐름으로 반등하려는 시점인 만큼 금리를 더 올린다면 성장 동력을 꺾을 수 있다.
마침 미 연준의 긴축 우려도 크게 낮아졌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로 전월(4.0%)보다 큰 폭 하락하면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4.8%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다.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 등을 봤을 때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겠으나 이후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다. 7월 FOMC가 사실상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 연준 긴축 우려가 줄어들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00선까지 떨어졌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전일보다 13.7원이나 내린 1275원으로 출발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우려와 달리 양호하다. 5월 국제수지상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규모는 113억 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도 채권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다만 미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벌어지는 데다 4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금리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이 예상된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한은이 공개한 6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여러 금통위원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줄어들고 있던 가계부채 규모가 4월 들어 다시 늘어나는 점을 (금융안정보고서에) 추가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불균형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과 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하면 좋겠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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