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속의 시간’···‘8회의 남자’ 이승엽 감독의 ‘8월의 승부’
이제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선 듯한 표정.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마도 이런 날을 기다렸던 것 아닐까 싶다”고 했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9연승에 성공한 지난 12일 문학 SSG전 경기 전이었다. 이 감독은 저무는 전반기를 돌아보며 새로 열릴 후반기를 내다봤다. “앞서 60경기 이상은 답답한 경기를 했는데”라는 말로 시작한 인터뷰였다. 이 감독은 승률 0.478(33승1무36패)이던 지난 6월까지 성적과 9전 전승으로 달리는 7월 성적을 대비시키며 두산 야구의 변화와 후반기 희망을 얘기했다.
이 감독은 이날 승리로 역대 베어스 사령탑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프로 원년인 1982년 베어스 우승 사령탑 김영덕 감독과 1984년 김성근 감독이 남긴 이력이었다.
초보 사령탑으로 이 같은 흐름이라면, 다소 들뜬 만도 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말끝에는 힘을 주면서도 굉장히 차분한 얼굴이었다. 시즌 승부처에 아직 이르지 않은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진짜 승부처는 8월”이라고 강조했다. 7월로 접어들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물리적·심리적 총력전을 선언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후반기 이후 싸움을 위해서는 전반기를 마치며 순위표에서의 적정 수준 자리를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선두권과 간격에 따라 후반기 목표 지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두산은 12일 현재 3위를 달리며 선두 LG에는 6.5게임차, 2위 SSG는 4게임차까지 따라붙고 있다. 6월을 마칠 때만 하더라도 LG에는 11.5게임차, SSG에는 10게임차로 벌어진 가운데 6위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이 감독은, 오는 21일부터 재개되는 후반기와 8월 승부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름 승부의 최우선 관건인 마운드가 단단해지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이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 1.04로 투수진에 새 동력을 제공한 가운데 라울 알칸타라, 곽빈, 최원준까지 4선발에 김동주가 가세하는 선발진이 막강해졌다.
두산은 9연승 기간 팀 평균자책 1.76을 기록하며 선발 자책 2.39를 기록했다. 홍건희, 정철원을 축으로 김명신이 펄펄 날고 박치국, 이영하 등이 살아나는 불펜진 또한 점차 승리조 뎁스가 생기고 있다. 9연승 기간 불펜 자책은 0.82였다.
이 감독이 8월을 응시하며 기대하는 것은, 야수진 구성에 짜임새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마침내 자기 스윙을 찾은 가운데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NC로 간 박세혁 보상선수로 이적한 내야수 박준영이 부상을 털고 복귀한 뒤 팀 야수진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9연승 경기에서도 2타점 역전 2루타를 때린 박준영은 지난주 1군에 올라온 뒤 12타수 5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과거 두산 야수진에 새 얼굴이 화수분처럼 올라올 때의 풍경을 불러오고 있다.
8월은 시즌 초반 어깨 부상으로 재활 치료를 해온 외야수 김인태의 예상 복귀시점이기도 하다. 김인태는 7월말 기술훈련에 들어가 8월 실전 모드로 전환한다. 이 감독은 “필드에서뿐 아니라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팀에서 귀한 존재인 김인태가 차근차근 회복하고 올라와 그때(8월) 힘이 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8회의 남자’로 통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역전 2점홈런을 때리는 등 매번 큰 경기 때마다 초반 고전 속에 인내하다가도 8회 들어 결정적 활약을 한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감독 이승엽’ 또한 기다림으로 시즌을 시작한 끝에 기회를 맞고 있다. 어쩌면 이 감독의 올해 8월은 선수 시절의 8회 같은 ‘약속의 시간’ 될지 모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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