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한일…尹 “韓전문가 참여” 요청에 기시다 “기준 초과시 중단” 화답 [용산실록]
[헤럴드경제(빌뉴스)=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즉시 방류를 중단키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방류 전 과정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측 전문가 참여 ▷방사성 물질 기준치 초과시 즉각 방류 중단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요구에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하며 일본의 방류 계획 자체는 인정하는 동시에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높은 국내 여론을 고려, 국민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review)를 받으며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며 “만일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 정상은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윤 대통령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기시다 총리도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자국민 및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일부 접점을 찾으면서 일본 측의 여름 방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회담 이후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과 만나 “(오염수 방류 시기 관련)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구체적 방출시기는 안전성 확보와 여론 상황을 범정부적으로 확인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방류 시기를 8~9월로 전망하고 있다.
두 정상이 민감한 오염수 문제 논의에서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셔틀외교 복원’ 등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날 한일 회담에서는 한층 가까워진 한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에 입장하자 기시다 총리가 먼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에게 다가가 반가움을 표시했다.
추가적인 만남 가능성도 열어놨다. 양 정상은 올해 하반기에도 셔틀 외교의 취지를 살려 격의 없는 만남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오염수 외에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하게 규탄하는 동시에 한일, 한미일 정상 간 긴밀히 소통하고 탄탄한 안보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를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외교, 안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는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포괄적 경제분야 협의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번 요구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해소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검증 과정에 한국측 전문가 참여 여부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일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이자 윤 대통령 취임 후 6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다. 이날 회담은 오후 1시5분부터 1시35분까지 약 30분간 진행됐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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