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07년 데뷔전→2023년 500경기' 서울 레전드 기성용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어, 도움 안된다 생각하면 바로 은퇴"

박찬준 2023. 7. 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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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나만 변한 것 같다."

2006년이었다. 17세 소년은 드래프트에서 심우연 여효진 안태은 등과 함께 FC서울의 지명을 받았다. 모든게 신기했다. 하지만 재능만은 특출했다. 2군에서 인상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때마침 부임한 세뇰 귀네슈 감독의 눈에 띄었다. 빠르고 역동적인 팀을 만드려는 귀네슈 감독은 선봉장으로 18세 소년을 점찍었다. 2007년 3월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2대0 서울 승)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이 소년은 어느덧 34세, 베테랑이 됐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 미드필더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프로 통산 500경기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주인공은 '기라드'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에 선발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언제나처럼 정교한 패스와 환상적인 탈압박을 과시했다. 기성용의 맹활약 속 서울은 7대2 대승을 거뒀다. 서울은 창단 첫 7골이라는 역사를 썼다. 기성용은 "팀이 지난 몇경기 동안 아쉬운 모습 보였다. 홈에서 많은 골을 넣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뜻깊은 경기였는데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많은 경기가 남았다. 목표로 한 파이널A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는 덤덤한 소감을 전했다.

기성용은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월드컵 통산 3회 출전한, A매치만 110경기를 소화한 2010년대 최고의 미드필더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에서 뛴 기성용은 2009년 여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했다. 이후 2020년 서울로 돌아오기 전까지 10년 넘게 해외 무대를 누볐다. 2012년 여름 스완지시티로 이적해, 선덜랜드, 뉴캐슬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2019~2020시즌에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뛰었다. 한국 복귀 후 어느덧 4시즌째를 소화 중이다.

기성용은 한국에서 192경기(K리그 175경기, FA컵 9경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경기), 스코틀랜드에서 87경기(리그 66경기, 리그컵 6경기, FA컵 1경기, 유럽챔피언스리그 1경기, 유로파리그 8경기), 잉글랜드에서 219경기(리그 187경기, 리그컵경기 19경기, FA컵 11경기, 유로파리그 2경기), 스페인에서 1경기(리그 1경기)를 치렀다.

기성용의 500경기 소식을 들은 안 감독은 "500경기면 참 많이 노력했네요"라고 운을 뗀 뒤, "축하해 주고 싶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253경기를 뛰었는데 두배에 가까운 숫자다. 성용이 다운 숫자다. 그동안의 노력이 숫자로 표현되는 듯 하다.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기성용은 "2주 전에 알았다. 특별하게 생각은 안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게 허무하기도 하더라. 데뷔한게 2007년이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같은 곳에서 500경기를 치러서 영광스럽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나는 변한 것 같아서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역시 데뷔전을 꼽았다. 기성용은 "많은 경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프로 첫 경기가 가장 떨렸던 것 같다.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경기에 뛸 수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다. 귀네슈 감독이 동계훈련부터 기회를 많이 주셨다. 개막전부터 데뷔를 하게 됐는데 긴장도 하고 프로에 첫발을 딛었다는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여러 좋은 경기가 있었지만 대구와의 데뷔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이을용 이민성 김한윤 김병지 선배가 있었다. 내가 제일 어렸을때 최고참 선배들이 긴장을 풀어주셨다. 지금 코치로 있는 김진규 코치도 많이 힘이 됐다. 같은 동기지만 먼저 데뷔한 청용이도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줬다. 그때 큰 기억이 흐릿하다. 긴장도 되고, 서울이라는 큰 팀에서 뛰게 된 건데 아무 생각없이 뛰어다닌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함께 아직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절친' 이청용(울산 현대)과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는 "친구들한테는 이야기 안했다. 기사가 나가면 연락이 올 것 같은데, 항상 K리그를 함께 뛰고 있지만 소중한 친구들이다. 상대팀으로 만나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한 추억이다. 대표팀에서도 항상 그랬고, 안부를 물으며 도움도 주고 있고, 언제까지 뛸지는 모르겠지만 끝나는 그날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나이가 든 탓인지 몸상태는 예전같지 않다. 그럴수록 관리에 더 집중하는 기성용이다. 그는 "관리가 쉽지 않다. 치료도 많이 받고 축구도 많이 보고 이것 저것 많이 한다. 내 삶이 없기는 하다. 여기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취미를 누릴 시간이 없어서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축구가 좋아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관리들 철저히 해서 더 몸관리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몸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서울은 특별한 존재다. 기성용은 "프로에 첫발을 여기서 뗐다. 그 기회를 받아서 대표 선수도 했고, 해외에도 진출했다. 말을 안해도 얼마만큼 내가 서울을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항상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팀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때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다른 모습으로 파이널A로 가고 싶다. 나이가 드니까 더 이 팀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큰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어렸을때 보다 커지고 있다"고 했다.

많은 것을 이룬만큼 목표는 따로 없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팀 만이 존재했다. 그는 "지금은 개인적인 목표는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거나 상을 받고 싶거나 하는 생각은 없다. 서울이 지난 몇년 동안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고, 어려운 상황을 거쳤다. 올해는 파이널A에 가는게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루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로 가는게 두번째 목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의 목표다. 나이가 들다보니 혼자 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 어렸을때는 혼자 끌고 기둥 역할도 했는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게 고맙다. 서울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기에 그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옛날에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노력을 많이 하다보면 몸에 무리가 오더라. 서글프다. 지금은 어렸을때처럼 노력을 하기 보다는 관리해서 뛰고 있다. 어린 선수들보다 훈련을 못할때도 있고 어린 선수들이 할때 관리를 받는 날들이 많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선수들은 내가 논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더 열심히 관리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상 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러날 시간이 오면 그때까지 서울이 좋은 모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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