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발급도 토스로"…잘 나가던 금융사, 납품사로 전락?
[편집자주] 금융도 플랫폼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고객 대부분을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고객 접점이 약한 금융회사에 기회라는 시각과 금융회사가 '납품회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금융권의 플랫폼 종속도와 금융권의 대응 방안을 알아봤다.
플랫폼사들이 2019년부터 금융권에서 본격 중개 영업을 시작한 이후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3사의 과점체제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점 플랫폼사가 '을'인 금융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플랫폼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개 시중은행·5개 지방은행·10개 저축은행·8개 카드사·5개 캐피탈사가 플랫폼사를 통해 취급한 가계신용대출 8조4296억원 가운데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3사의 점유율은 95.9%로 조사됐다. 3사의 점유율은 2019년 66.7%에서 2020년 90.1%, 2021년 94%로 계속 높아졌다.
대출을 중개하는 플랫폼사가 늘었음에도, 3사의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온라인 대출모집법인의 수는 2021년 15개에서 최근 33개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3사 중에서도 특히 토스의 점유율이 50.4%로 전체 플랫폼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카카오페이(25.2%)와 핀다(20.3%)를 합친 비중보다도 높았다.
금융업권에서는 특히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사와 대비해 금융사들이 '을'로 전락했다는 토로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중개수수료율 등을 새로 정할 때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말 급격한 조달비용 증가로 저축은행업권이 일부 플랫폼사를 대상으로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려고 했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중단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 대출비교 서비스 초기에는 중개수수료율이 1%대였는데 최근에는 2%를 넘어섰다"며 "플랫폼 종속도가 높은 금융사는 수수료율 인상 논의에서 플랫폼사의 입장을 쉽게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출뿐 아니라 카드발급에서도 플랫폼 종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플랫폼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늘어나고 있다. 카드사들은 몇년 전만해도 건당 3만~5만원의 카드발급 수수료를 플랫폼사에 제공했는데, 현재는 수수료가 10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기존 3개사 외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 새로 등장해 플랫폼사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플랫폼사간 경쟁이 활성화하면 자연스레 금융사들도 중개수수료율 등에서 더 협상력이 생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아 앱 이용에 따른 플랫폼 영향력도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형성된 플랫폼 과점체제는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매기 플랫폼이 등장해 과점 구도를 깰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사를 통한 금융서비스 이용 증가를 두고 금융권 내에서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일부 금융사는 자신들이 점점 플랫폼에 종속되며 결국에는 상품만 공급하는 납품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른 편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기존보다 값싼 수수료로 금융사의 영업 기회를 늘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1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개 시중은행·5개 지방은행·10개 저축은행·8개 카드사·5개 캐피탈사가 플랫폼사를 통해 취급한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까지만 해도 1000억대였던 플랫폼을 통한 대출 규모는 3년 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대부분의 금융업권에서는 플랫폼 내 금융서비스 이용 증가가 금융사를 결국 플랫폼에 종속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오프라인 영업 기반이 약한 금융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종속도가 높았다. 지난해 신규 가계신용대출 취급을 기준으로 지방은행의 플랫폼 종속도는 52.4%, 카드사 40.1%(비회원 대상 신용대출), 저축은행 34.4%, 캐피탈사 17.3%, 은행 3.6%로 조사됐다.
연말에는 보험비교 추천 서비스의 재개를 앞두고 있는 등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중개 서비스가 시행되는 만큼 금융의 플랫폼 종속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경우 이미 전속설계사보다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해 보험계약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GA의 힘이 강해져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 입김을 넣기도 하고, 수수료 협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문제가 이미 발생한 만큼 금융사들도 플랫폼에 종속돼 보험사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금융회사엔 오히려 플랫폼사를 통해 영업의 장이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방은행,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제약으로 일부 지역엔 진출조차 불가능하지만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진출에는 제약이 거의 없다.
플랫폼사도 금융사들이 플랫폼을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비용도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와 금융사가 정한 중개수수료율은 오프라인 대출모집인의 중개수수료율보다 1%포인트(p) 가량 낮다"며 "플랫폼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건 플랫폼사와 금융사 모두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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