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터뷰] 'NBA 심판 도전' 황인태 "마지막날까지 계속 나아지려 노력할 것입니다"
[점프볼=라스베이거스/손대범 편집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중인 NBA 2K24 서머리그에서는 현장을 누비는 여러 한국인을 볼 수 있었다. 댈러스 매버릭스를 포함한 여러 구단에서 한국인들이 트레이너를 비롯, 여러 직함으로 활동중이었고 필라델피아 76ERS에서 NBA 도전을 이어가는 이현중도 그 중 하나였다.
11일(한국시간) 이현중이 댈러스와 마주하던 날에는 황인태 심판이 코트에 섰다. 아쉽게도 이현중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서머리그 최초로 한국선수-한국심판이 나란히 하는 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각 분야에서 이어지는 도전을 확인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황인태 심판은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2004년)으로 시작해 KBL에서 11년 간 466경기를 출전한 베테랑 심판이다. 2020년 1월 NBA의 심판 양성 프로그램 참가 초청을 받아 미국행을 결심, G리그와 서머리그를 거쳐 NBA 정규경기에도 데뷔했다. 아직은 'non-staff'로 분류되어 NBA의 정식 심판은 아니지만, 정규경기에 투입되고 서머리그에서도 주심을 맡는다는 건 그가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의미했다.
NBA를 통해 그와의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NBA는 물론이고 국내의 다른 심판들에게도 혹시 모를 누를 끼치게 될까 조심스럽다"던 황인태 심판으로부터 미국 생활과 NBA 심판 도전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20년 1월 9일에 왔습니다. 2월에 가족들이 왔고요. 3년 반 정도 됐군요.
막 옮겨왔을 때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는 등 모두의 일상이 바뀌었는데요. 생활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다들 똑같았죠. 집에만 있고, 가끔 나가봤자 먹을 거 사러갈 때나 산책할 때 정도? 몇 개월은 힘들었죠. 정신적으로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 힘든 시기였잖아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제일 급한 게 영어더라고요. 거리두기 기간이어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듣는 것 위주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NBA 심판이 되려면 결국 커뮤니케이션도 잘 했어야 하니까요. 사실 심판으로서는 미국행에 조금의 고민도 없었습니다. 1초도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요. 보장된 건 아무 것도 없었지만 3년 간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가족이 있다 보니 이 기약 없는 도전이 걱정되는 면도 있었죠. 다행히 와이프가 흔쾌히 지지를 해주었어요. 지금은 다 같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힘든 부분은 언어였겠군요.
오기 전에는 미국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인 점이 강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오니까 그런 것을 전혀 못 느꼈습니다. 서로 배려해주고 도와주셨죠. 그렇지만 심판의 전문지식을 떠나 제가 언어를 더 준비했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마흔 넘어서 하루 8~9시간 공부하다보니 다음 날 까먹기도 하고(웃음), 문화적인 부분도 적응이 어려웠죠. 팁은 얼마나 줘야 하지? 뭐 그런 것들이요.
NBA 심판이 되는 과정은 어땠습니까?
KBL은 매일 교육을 하지만 NBA는 매일 모일 수가 없는 시스템이잖아요. 코로나19 직전까지는 프로그램을 보며 트레이닝을 했어요. NBA 사무국에 출퇴근하는 기간도 있었고, 프로-암 경기에 투입되어 심판을 보기도 했습니다. 주로 프로 규칙을 갖고 치러지는 농구대회인데, 여기서 심판을 보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NBA 심판은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심판을 본 경기 영상, 다른 심판들이 본 경기 영상을 보면서 투자를 하죠.
리그는 학원이나 학교가 아니에요.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피드백을 받거나 설명을 들은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잘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제가 투입되고 있는 서머리그가 바로 그런 무대입니다.
팬데믹 직후에 처음 투입되었는데, 2년 가까이 정식 경기 심판을 안 보다보니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쿼터 12분 경기는 처음이었기에 새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NBA 선수들만큼이나 심판들의 이동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심판들은 경기 일정을 미리 받아요. 비행이나 호텔 스케줄도 있으니까 미리 받고 크루들끼리 공유하죠. 이동은 누가 동행해주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힘들었죠. 겨울철에는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캔슬될 때도 있어요. 한 번은 어떤 도시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비행기가 취소된 거예요. 어떻게 할 지 몰라서 심판 운영부에 전화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심판부와 함께 일하는 여행사가 있는데, 그 여행사를 통해 겨우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재밌는 기억입니다.
한 번은 경기 전날 먼저 도착해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항공 전산망이 오류가 나서 4000명 이상 예약이 취소되어 발이 묶였다는 뉴스가 나오는 겁니다. 밥 먹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이러다 동료들이 못 오면 나 혼자 심판을 봐야 하는 걸까' 불안했죠. 그래서 심판 운영부에 전화해 '어떻게 되는 거냐, 나 혼자 심판을 봐야 하나?'라고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여기는 NBA다.' 그 말처럼 아무 문제없이 경기는 잘 진행됐습니다.
심판들도 매 경기 스카우팅을 하지요?
그럼요. 모든 심판들이 같을 거예요. 농구는 습관의 스포츠입니다. 선수들의 성향이 있죠. 특징적으로 이런 걸 많이 한다 정도 파악하죠. 또 현대농구는 스크린이 한 경기에 200~300번 나오니까 기본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들어갑니다. 또 같이 투입되는 동료 심판들과의 케미스트리도 중요하기에 맞춰야 하지요.
첫 NBA 경기가 기억나시나요?
지난 시즌이었는데, 보스턴에서 열린 셀틱스와 랩터스 경기였습니다. 실감이 안 났는데 통로를 나와 코트를 바라보는데 영화 같았죠.
지금은 시즌이 끝난 상태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습니다. NBA 심판은 70명, G리그는 60명 정도입니다만 정확하진 않아요. 인원도 많고 경기가 많기에 시즌 중에 다같이 보진 못하죠. G리그 쇼케이스 때 다같이 모이곤 합니다. G리그 쇼케이스는 저처럼 NBA 심판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중간고사와도 같습니다. 서머리그는 기말고사인 셈이죠.
현재 치르는 서머리그는 경기도 많고 타이트할 거 같습니다.
6년째인데, 올 때마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오고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건 당연한데 배우는 것이 있어서 좋고 동료 심판들과 모여 이야기도 하고 좋습니다.
서머리그는 제게 기회를 처음 준 무대예요. 2017년에 처음 왔을 때는 FIBA 심판 자격으로 왔었어요. FIBA 심판들은 일주일을 머무는데, 교육 마지막 날에는 집에 가기가 싫은 거예요.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더 배우고 싶었거든요. 서머리그는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2019년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자이언 윌리엄슨 때문에 화제가 됐었고, 지진도 났었잖아요. 또 저는 당시 심판을 보는데 바지 가랑이가 찢어져서 3쿼터에 4~5분간 바지가 찢어진 채로 뛰어다녔습니다. 안에 속바지도 안 입어서 속살이 다 보였죠. 나중에 심판 위원장님이 클립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워낙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수습도 못한 채 뛰어다녔던 기억이 남습니다.
올해도 교육도 듣고 경기도 보는 일정을 병행하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정말 보람이 있는 일 같습니다.
서머리그를 비롯해 NBA 심판을 준비하면서 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 남겨주신 조언이 기억에 남죠. 공통적으로 많이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고요. 파이는 넉넉하다. 네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누가 안 뺏어가니까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라고요. 너무 급하면 나머지 스텝을 놓칠 수 있으니 단계별로 준비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교육을 받고, 제가 투입됐던 경기를 다시 보고, 그 다음 경기를 준비합니다. 또 배운거 정리하고 쉬죠. 시즌 중에도 그렇고요. 운동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요. 또 어느 지역을 가든 호텔에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있기 때문에 운동하고, 경기 당일날에는 스트레칭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심판을 준비하는 분들끼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사실 저처럼 준비하는 심판들은 '경쟁'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다들 내년에 어찌될 지 모르기에 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경쟁자는 아닙니다. 심판은 3명이 들어가잖아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다같이 잘 해야 합니다. 내가 더 불었고, 내가 누가 놓친 걸 불었고 그런 거는 중요하지 않아요. 심판을 들어갈 때는 심판을 잘 봐야 한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러면서 다같이 잘하면서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는 걸 보여주고, '너는 이런 걸 고쳐야 할 거 같다'는 조언을 받으면 그거대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현중 선수와 코트에 섰을 때는 어땠나요?
지난 8일 경기에서는 제가 본 경기(마이애미 히트-보스턴 셀틱스) 바로 다음이 이현중 선수 경기였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한국말로 가볍게 격려하는 정도입니다. 다치지 말고 잘 하자고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심판은 심판입니다. 어느 경기에 투입되든 그만두는 날까지 계속 나아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완벽한 심판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심판에 대한 이야기 없이 경기가 재밌었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NBA에 대한 도전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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