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승진시켜준다' 접대 강요 박인아 경위 "실명 깠다…처벌해주라"
朴 경위 "이 선에서 끝내면 너도 경징계 회유를…이건 아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파출소장(경감)이 지역 유지와 식사자리에 여경을 불러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다"며 접대와 비서 노릇을 강요한 일이 지난 4월 발생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피해 여경은 수치와 모멸감에 죽을 결심까지 했지만 해당 파출소장은 '구두 경고'라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또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감찰에 나선 서울경찰청은 파출소장 감찰때 하급자를, 피해 여경 감찰조사엔 상급자를 배치해 누가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했고 파출소장과 피해여경을 분리조치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나서야 인사이동시켜 빈축을 샀다.
여기에 경찰이 피해 여경에게 '더 이상 사건을 확대하지 않으면 파출소장처럼 경징계에 그치도록 하겠다'는 회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피해 여경은 13일 "마지막 희망을 안고 내 이름을 밝히겠다"며 실명과 근무지를 공개하면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박인아 경위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박 경위는 실명을 깐 이유에 대해 "아직 두렵고 무섭지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실명으로 인터뷰에 응할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박 경위는 "(이번 일로) 한 가정이 정말 망가졌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딸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제가 해당 부서에 '아파트에 올라가 떨어져 죽겠다, 그럼 그제야 인사발령 해 줄 것이냐'고 하자 두 달 만에 인사발령을 해 주더라"고 경찰의 어이없는 조치를 힘들어 했다.
현재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를 떠나 "(상위 부서인) 성동경찰서에서 서류 문서 발송 업무를 하고 있다"는 박 경위는 같은 관내에 있는 까닭에 금호파출소장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이것이 피해자와 분리조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박 경위는 파출소장이 다른 직원에게 △박 경위의 근태나 복장불량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 △근태를 문제삼기 위해 파출소 CCTV까지 돌려봤다는 일에 대해 "제가 병가를 가 있는 동안 아무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파출소 직원의 제보를 받았다"며 "거기에 대한 진술과 CCTV 자료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협조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파출소장 구두경고에 그친 감찰에 대해 박 경위는 "(징계)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고 저한테 오히려 감찰조사 받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었다"며 "파출소장이 저에 대해서 진정을 넣었기에 감찰조사를 받아야 된다고 하더라"고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파출소장) 감찰조사를 의뢰했을 때는 (파출소장보다 하급자인) 경사 계급을 배정해 준 반면 저에 대한 감찰조사 때 상위계급인 경감을 배정을 해 그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박 경위는 경찰청에 이의제기를 한 까닭에 대해선 "서울경찰청에서 더 이상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며 서울청이 징계를 했기에 더 이상 기댈 곳이 아니어서 본청에 이의제기를 한 것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본청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회유 시도가 있었다"며 "저에게도 파출소장이 받은 똑같은 징계(구두경고)에서 멈춰주겠다, 앞으로 경찰생활을 해야 되지 않겠냐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회유 통화내용을 녹취했다는 박 경위는 "제가 모든 채널을 통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한 번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제가 이런 노력으로 사회가 변하고 조직이 변할 수 있다면 딸한테 떳떳한 엄마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열심히 대응해볼 생각이다"고 했다.
박 경위는 갑질을 한 파출소장과 피해를 당한 여경이 왜 똑같은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그 것도 엄청 선처하는 것처럼 경찰 간부가 말을 하는지 잘잘못을 따져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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