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LG’ 틀 깨고 ‘新비전’ 선포한 LG전자…주가도 ‘잃어버린 10년’ 극복할 수 있을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에서 ‘10년 저평가주(株)’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LG전자가 ‘퀀텀점프’에 성공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LG전자가 금성사 시절부터 65년간 유지해온 ‘가전은 LG’란 브랜드의 틀에서 벗어나 자동차 전장 부품 등 기업 간 거래(B2B),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 구독과 스마트홈을 접목한 ‘HaaS(Home as a Service)’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다.
금융투자업계는 LG전자가 추상적인 지향점만 제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혁신 로드맵, 그에 따른 매출·재무적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수년간 LG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에게 시가총액 면에서 크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상처 난 그룹 내 대표사란 자존심도 회복함으로써 투자 매력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LG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3%(1700원) 상승한 12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6일 ‘52주 신고가’인 12만8200원을 찍은 주가가 3거래일(6·7·10일) 연속 기록한 하락세로 사흘 만에 7.72%나 떨어졌지만, 소폭 반등에 성공한 11일(+0.17%)의 주가 상승세가 전날 큰 폭의 오름세로 더 가파른 기울기의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서 미래 비전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한 것은 단기적으로 LG전자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보거나 들어왔던 LG전자의 미래 비전과 새로운 먹거리 등이 특정 사업부를 통해 어느 정도의 투자가 진행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신사업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총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전날 LG전자가 내놓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방안 발표에 대해 투자자들이 눈여겨 본 포인트는 세 가지다.
우선은 2030년까지 65조원(2022년) 수준인 매출액을 100조원으로 늘리고, 재무적으로는 ▷연평균 성장률 7% 이상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EV/EBITDA) 7배 이상이란 내용의 ‘트리플 7’ 달성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명확한 목표 지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매출 증가율 7%는 올해 매출 증가율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7%)에 비해 2~3배 높은 수준이다. LG전자의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이 3~7%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도 영업이익 7%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몸집을 키우면서도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한 혁신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안을 ‘3대 신성장 동력’이란 명쾌한 로드맵으로 그려낸 점도 눈길을 끈다. ▷가전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콘텐츠·서비스 등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논 하드웨어(Non-Hardware)’ 모델 ▷자동차 전장 사업 글로벌 10위권 업체로 도약하는 등 B2B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성장 동력이 그것이다.
LG전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3대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50조원도 투입한다.
김 센터장은 “올해 연 매출 10조원이 기대되는 자동차 전장 사업을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2배 더 키우겠다고 한 점 등 기존에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을 제시한 부분도 있었다”며 “그동안의 주가 흐름에 이미 반영된 재료가 아닌 새로운 긍정적 호재가 나왔다는 점은 향후 LG전자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소재”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전날 LG전자의 발표가 주가에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고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LG전자가 내놓은 계획대로 실적이 증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LG전자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고, 이 영향으로 주가 역시 지금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날 LG전자의 발표는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변화를 준다기보단, 장기적으로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단타’보단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성향으로 알려진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각각 지난 4거래일, 5거래일 연속 기록 중이던 순매도세에서 벗어나 전날 LG전자 주식에 대해 41억원, 26억원 수준의 순매수액을 기록했다는 점도 중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LG전자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근거다.
LG그룹 초기 양대축(럭키→LG화학, 금성사→LG전자) 중 하나로 꼽히던 LG전자가 그룹 내에서 약해진 위상을 다시 높일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10년간 시가총액 변동률을 살펴보면 LG화학이 161.99%(17조5950억→46조968억원) 커질 동안 LG전자 시총은 68.58%(11조6681억→19조6705억원) 늘어나는 데 머무르며 두 기업 간 격차는 대폭 확대됐다. LG전자 주가가 올 들어서만 38.96%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 기업 규모의 정체 현상은 장기간 골머리를 썩인 문제였다.
한편, LG전자의 현 시가총액은 EBITDA의 세 배 수준이다. 매출·영업이익률 목표치로 산출하면 2030년 시가총액을 이날 종가(19조6705억원)의 5배 수준인 98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LG전자 주가는 60만원 안팎에 달하게 된다. 시가총액으론 LG화학을 크게 넘어서는 것은 물론, 지난해 1월 국내 증시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 124조9560억원 시가총액 수준에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현 주가는 2024년 주가수익비율(PER) 7.4배에 거래되고 있고, 지난 10년간 평균 12개월 선행 PER은 9.8배로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 중”이라고 평가했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전망, B2B 중심 매출 구조 변화, 전장부품 사업 이익 기여도 확대 등 이익의 질이 과거와 달러진 점을 고려하면 10년 역사적 저평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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