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계일주' PD "기안84의 다른 삶,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종합) [인터뷰]

연휘선 2023. 7.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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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좋아해주시는 반응이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중략). 시청자 분들과 같이 여행하는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PD가 프로그램을 향한 호평에 소회와 소신을 밝혔다.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약칭 태계일주)' 시리즈를 연출한 김지우 PD는 1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내 취재진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계일주'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로 불리는 인기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버킷 리스트였던 나라로 떠나는 여행 예능이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인연을 맺은 김지우 PD와 기안84가 의기투합한 시리즈 예능으로, 시즌1에서는 기안84와 배우 이시언, 유튜버 빠니보틀(본명 박재한)이 남미 여행을 떠나 호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기안84와 유튜버 덱스(본명 김진영), 빠니보틀이 인도로 떠난 시즌2가 방송 중이다.

특히 '태계일주' 시즌2는 지난달 11일 첫 방송에서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5% 후반대로 껑충 뛰어올라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됐던 가수 임영웅이 출연한 KBS 2TV '마이 리틀 히어로'나, 해당 시간대 1위를 고수해온 SBS '미운 우리 새끼'를 위협한 수치다. 무엇보다 최근 방송가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 면에서는 '태계일주' 시즌2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해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태계일주'와 기안84가 '미운 우리 새끼'도 임영웅도 꺾었다"는 네티즌 일각의 평도 있던 바. 김지우 PD는 "그 시간대에 저희를 위해 TV를 켜주시는 새로운 시청자 층이 생기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좋은 것 같다. 데이터를 받아보면 저희 프로그램 시청자 층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젊은 층이 많더라. 보통 시청자 수가 다른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수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저희 프로그램은 시작할 때 올라가고 끝날 때 내려가서 저희 프로그램을 위해 TV를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모습들을 젊은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저희가 여행을 가면 좋은 리조트, 휴양할 수 있는, 다 갖춰진 곳에서 쉬는 걸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기안84님이나 덱스, 빠니보틀이 생각하는 여행들은 낯설고 가기 힘든 곳에서 생활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함께 맛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호평과 호응에 대해 김지우 PD는 "사실 예상을 못했다. 저희 편성 시간대가 워낙 MBC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이 사랑받던 시간대라 걱정을 많이 했다. 저희 프로그램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저희로서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안84와 같이 본방송을 볼 때가 있다. 같이 치킨 시켜먹으면서 보는데 본인 장면을 평소보다 즐겁게 보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같은 긍정적인 반응의 이유, 제작진은 뭐라고 봤을까. 김지우 PD는 "저희만의 차별점은 기안84의 존재다.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다가가고 현지인에게 한뼘 더 다가가려는 모습들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특히 그는 "기안845가 한국에서와 똑같다. 상 없이 먹는 거 좋아하시고 털털한 모습 많지 않나. 피곤하면 어디서든 편하게 바닥에 앉는데 인도에서도 현지 분들과 섞여서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여행이라는 게 즐겁지만 안 맞기 시작하면 피곤하고 어려운데 그런 피곤함과 까탈스러움 보다는 내집처럼 편안한 모습 보여주실 때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놀라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태계일주' 시즌2에서는 첫 방송부터 갠지스강물을 먹고, 현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인도 재벌 모디 회장을 만나는 등 자연스게 인도에 녹아드는 기안84의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놀라움과 호평을 동시에 자아냈다. 이와 관련 김지우 PD는 "저희도 많이 놀랐다. 그런데 뜨악스러움보다는 '저렇게 현지인들과 깊이 들어가려고 하는구나' 감탄에 가까운 놀람이었다. 그 분이 그렇게 한 게 특이하거나 이상한 행동으로 다가갔다기 보다는 현지인들이 알려주는 삶과 갠지스라는 공간을 깊이 이해하려고 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촬영 중 돌발상황에 대해 김지우 PD는 "남미 때 저희가 한번 고산지대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인도에서는 고산지대와 동시에 추위가 왔다. 히말라야 지역을 갔는데 1년에 육로로 갈 기회가 몇 안 되는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고 불리는 라다크 지역에 갔다. 고산과 추위 속에 생존과 재미를 위해 같이 노력했던 부분이다"라고 했다. 

여행으로도 쉽지 않은 인도, 촬영하는 제작진에게도 쉽지 않은 경험이었을 터. 김지우 PD는 "사실 촬영이지만, 여행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서 스태프들이 같이 따라와준 것 같다. 힘든 부분은 당연히 있지만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서 느끼는 감탄과 경이로움, 우연한 일들이 겹치면서 생기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스태프들도 어디 가서 못 해본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함께 임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참 더 여행을 길게 하고 싶었다. 조금 더 함께 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게는 못했다. 기회가 됐을지 모르겠다. 이번 촬영 기간은 13일 정도, 2주에 가까운 시간을 촬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지우 PD는 연출적으로 힘을 준 장면에 대해 "의도했다기 보다 기안84님과 현지인 분들이 만남이 인도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더 재미있게 잘 된 것 같다. 그리고 인도 분들이 그런 면에서 최적화된 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인싸' 느낌의 분들이 많았다. 실제로 기안84님과 덱스님이 걸어가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옆에 오셔서 너무 편하게 물어봐주셔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도가 한 가지 면모만 있는 국가가 아니다. 여행하기 힘든 나라라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인싸' 분들도 있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친해지고 한번 친해졌을 때 그런 면들도 느껴져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고 묘사하려고 했다. 그런 다양한 면이 있어서 그렇게 방송에도 나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태계일주'의 활약 덕분일까. 최근 기안84는 'MBC의 아들', '연예대상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인 전현무가 기안84를 향해 "너 대상 해라"라는 식으로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을 정도다. 

다만 김지우 PD는 '대상 후보' 기안84라는 평가에 대해 "너무 조심스럽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기안84가 대상을) 받으면 너무 좋겠지만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만약에 언급했다가 안 됐을 경우에 본인도, 주변도 조심스러울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심지어 그는 "기안84 본인에게 그 얘기를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얘기를 해보진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새 멤버 덱스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상황. 김지우 PD는 "덱스님이 가진 야생성과 인도라는 지역에서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면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이라 생각을 해서 시즌2에서 함께 하게 됐다. 방송에서도 나오지만 그런 부분 아니라 '덱쪽이'라 불리는 모습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라고 평했다.

시즌1에 출연했으나 시즌2에 함께 하지 못한 이시언 반응은 어땠을까. 김지우 PD는 "아쉬워하시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기본적으로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 기안84가 저렇게 하는 걸 보니 계속 챙겨보게 된다'라고 해주시더라"라고 했다. 

나아가 완전체 기안84, 덱스, 빠니보틀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김지우 PD는 "빠니보틀님의 역할이 컸다. 덱스님과 기안84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여행 스타일이 정반대다. 덱스님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필요한 금액만 내고 쉽게 사지 않는다. 그런데 기안84님은 호탕한 구매자의 면모를 보인다. 적은 금액이라도 흔쾌히 내면서 즐겁게 하려고 한다. 그들 사이에서 빠니보틀이 즐거운 중재자의 역할을 해준다. 또 빠니보틀에게 인도 경력직, '인도잘알'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세 분이 점점 더 행복해진다. 환경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세 분은 점점 더 행복해한다. 그들의 중심에 빠니보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호응에 힘입어 시즌2는 당초 기획보다 확대됐다. 김지우 PD는 "애초 시즌2 계획은 8부작으로 시작했는데 확대 연장이 됐다. 10회로 연장이 돼서 편성이 확정됐다. 지금까지 딱 절반을 왔다. 이제 완전체가 됐다. 완전체 3인으로 따나는 암리차르에서 펼쳐지는 여행과 히말라야에서 펼쳐지는 여행이 3막 정도다. 전체로 봤을 때는 중반을 돌아서 터닝 포인트로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즌3에서 더 센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김지우 PD는 "부담은 있지만 더 센 걸 보여주려고 하진 않는다. 기안84님 말인데 '여행은 VS가 아니라 하나가 되는 거다'라고 하시더라. 기안84님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즌3는 어디다'라는 건 없다. 그냥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쨌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나 자주 나왔던 곳들보다는 여행 함께 오시는 분들이 '이런 곳에 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시청자 분들이 대리만족 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보려고 한다. 저희 여행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곳을 열심히 찾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즌3 방송을 올해 안에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시기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올해 안에는 보여드리려고 한다. 제작 일정이 사실 빠듯하긴 한데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보려 한다"라며 "전 시즌들도 '어떤 여행이다'라고 계획을 세우고 갔다기 보다는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우리 여행이 뭘까' 생각해보니 정리가 됐다. 시즌3에도 갔다 오면 그런 것들이 생길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만들어보겠다. 부족한 것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려는 게 제작진인 것 같다. 뭐가 힘들다는 얘기는 안 나오게 '시즌3 만의 재미가 있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잘 고민을 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우 PD는 "좋은 반응이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건데 저희 후배 PD들과 곱창을 먹는데 아주머니가 계속 밥 먹으면서도 일 얘기를 하니까 방송국 사람이냐고 물어보시더라. 방송국 근처도 아니고 신촌에서 먹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제일 재미있게 보는 게 있다. 기안84가 여행하는 거'라고 해주셨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기다려서 보게 된다'는 반응이 제작진한테 너무 큰 힘이 된다. 그걸 양분 삼아서 열심히 어떻게든 남은 방송들도 잘 해보자는 생각이다. 큰 잡음 없이, 다음 것도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는 시즌2 남은 방송에 대해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완전체 여행인 게 큰 것 같다. 셋이 됐을 때의 케미와 각자 다름 여행 스타일을 갖고 현지에 녹아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와 다른 전혀 다른 인도가 펼쳐진다. 바라나시는 인도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곳이었고 뉴델리는 인도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했다. 모디 회장님도 그럼 분 같아서 섭외했다면 암리 차르에서는 또 전혀 다른 평등의 인도가 나온다. 시크교도의 독특한 교리와 생활 방식에 따라서 평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위에 히말라야에서는 그 모든 것이 멈춘 시간이 멈춘 마을이 나온다. 문명과 조금 단절돼 있지만 독특한 문화화 풍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MBC의 차세대 예능 PD"로 꼽히는 점에 대해 "도대체 누가 그러는 거냐"라고 멋쩍어 하며 "기안84님이 맨날 하는 얘기인데 '저는 앞으로가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거다. 내부 시사에서도 뒤쪽으로 갈 수록 재미있다고 한다. 빠니보틀님 집에서도 같이 보면서 뒤로 갈수록 볼거리가 진짜 많다고 하시더라. 재미있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기대해주셔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 저희가 어쨌든 여행이니까 같이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일요일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면서 봐주시면 동행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보겠다"라고 겸손하게 소신을 밝혔다.

'태계일주' 시즌2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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