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12→32국’ 몸집 키웠지만… 국방비·아태협력 두고 ‘불협화음’[Global Focus]
GDP 2% 국방비에 지출 지침
목표 달성한 국가는 7곳 그쳐
한 · 일 등 아태국가 파트너 초청
프랑스 등선 ‘중국과 대립 구도’ 반대
핀란드 등 기존 중립국 흡수에
신냉전체제 가속화 우려도 커져
가입국가간 이견 조율여부 관건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나토의 영역이 북극부터 발트해 연안까지 대폭 확장됐다. 북대서양 인접국들이 조약을 맺어 만든 군사동맹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소련의 팽창주의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영국·프랑스 등 12개국이 창설한 나토가, 그 후신(後身)을 자처하는 러시아에 의해 세를 불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덩치를 키운 만큼 단일대오를 유지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스웨덴이 최종 가입하면 나토 회원국은 총 32개국으로, 창설 당시보다 20개국이나 많아지게 된다. 이해관계가 스무 곳 더 얽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 2%를 지출하는 문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손잡는 문제 등 곳곳에서 이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12개국에서 32개국으로…‘하나의 나토’ 위기=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지난 10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주재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회담한 뒤 이뤄진 전격적 조치다. 튀르키예와 함께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왔던 헝가리는 애초 튀르키예의 조치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조만간 나토 회원국이 32개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지난 4월 가입한 핀란드를 포함해 31개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나토가 영향력을 확장했다는 점에선 고무적인 결과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잡음이 만만치 않다. 먼저 각국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의견이 갈린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전날(1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이 같은 내용의 공약에 서명했는데, 이는 이전에 ‘2% 지출을 목표로 한다’는 약속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방위 부담이 높아졌으니 국방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자는 취지지만 31개국 중 몇 개국이나 지킬지는 미지수다. 핀란드 가입 전인 지난 3월 나토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해당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30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차기 나토 사무총장 선임을 두고도 불협화음이 일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과 프랑스가 사실상 비토하며 결국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1년 더 유임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2014년 취임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총 10년 임기를 채우게 됐다.
◇인도·태평양 합류 ‘동상이몽’=미국 주도로 나토 울타리가 인도·태평양 국가들로 넓어지는 데 대해서도 회원국 간 미묘한 입장 차가 감지된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과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파트너(AP4)를 초청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행보로,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군사적 도발 행위를 이어가는 한편 자체적으로 핵무기 및 사이버전 능력을 증강하자 이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디리스킹(위험 제거) 기조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곧 러시아에 맞춰져 있던 초점을 중국으로 이동시킨단 의미기 때문이다. 최근 눈에 띄게 친(親)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나토의 범위와 지역을 확대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본 도쿄(東京)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신설하는 방안도 프랑스의 공개 반대로 불발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미국과 유럽을 집단방위 대상으로 삼는 나토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거점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에 최근 “나토는 오랫동안 내부 갈등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했다.
◇신냉전 체제 구축 후과(後果) 우려=나토의 외연 확장에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나토가 핀란드, 스웨덴 등 전통의 중립국을 흡수하며 냉전 이후 존재했던 회색 지대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내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하는 주요국은 스위스·오스트리아·아일랜드·몰타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지난 6일 독일 주도의 유럽 영공방어계획(ESSI·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립국 서방 대 반(反)서방으로 양극화하는 신냉전 체제가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평가도 있다. 유엔 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중국이 번번이 반대하며 제대로 된 결의조차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목적으로 설치된 조직으로, 유엔 총회와 달리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주요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되는데, 상임이사국은 1945년 창설 당시 그대로 미국과 프랑스·영국·중국·러시아가 맡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안보리 내 개발도상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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