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정보 앱 덕에 가격만 내렸을까[메디칼럼](29)

2023. 7. 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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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홍보 문구를 부착한 한 시내버스가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 일대를 지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성형외과 의사라 하면 대부분 돈을 엄청나게 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 직장인보다 많이 버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업한 의사라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개업은 일반 기업 운영이랑 별반 다를 바 없다. 경영을 잘해야 한다. 평생 의학 공부만 하다가 경영을 잘하기란 정말 어렵다. 인력을 잘 배치하고, 어느 정도 나를 알리는 마케팅도 필요하며 세무의 기본도 알아야 한다. 수술을 아무리 잘해도 경영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환자가 안 와 병원 문 닫는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경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매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의사로서 수술을 제일 잘해야 하고, 부작용 없는 훌륭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수술을 잘해도 매출이 잘 안 나온다면, 환자가 추구하는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병원 직원들과 함께 제공하는 제반 서비스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홍보에 소홀한 나머지 환자들이 아예 병원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다. 혹은 환자들이 수술 가격이 비싸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오늘은 그래서 수술 가격에 관해 얘기해볼까 한다.

가격정보 공유로 저렴해진 성형수술

자본주의 체제에서 수술 가격은 자율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과거에는 수술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소수의 사람만 접근할 수 있었다. 단가가 꽤 높았던 배경이다. 30년 전 수술 가격과 지금 수술 가격 차이는 거의 없거나 오히려 내려갔다. 물가 상승률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과거 수술 가격의 5분의 1 혹은 10분의 1에 가깝게 단가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수술 가격이 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점차 많은 병원이 생기면서 경쟁이 심화했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가격이 공개되면서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터넷 카페가 그 현상을 잘 반영했다. 지금은 성형정보 관련 휴대전화 앱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좋게 바라볼 여지도 많다. 정보가 오픈된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 환자의 권리가 커졌다고 볼 수 있어서다.

성형외과의 경쟁은 성형정보 앱이 생겨나면서 극대화됐다. 플랫폼이 구축되자 환자들은 손쉽게 병원에 대한 정보, 평판, 가격 등을 보게 됐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약간의 폐해도 있다. 플랫폼이 병원들에서 일종의 수수료를 받고 환자 유치 광고를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매출에 급급한 곳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성형정보 앱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돈을 많이 쓴 병원들이 눈에 많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초에 완벽한 공정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경쟁을 통해 병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앱을 통해 적정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면 이는 선순환 구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쟁의 심화가 제 살을 깎아 먹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는 전반적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최악의 경우 산업 자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성형정보 앱 ‘강남언니’(왼쪽)와 ‘바비톡’. 서로 1등 성형정보 앱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 ‘강남언니’ ‘바비톡’ 웹페이지



성형외과 과당 경쟁과 뉴욕 가발 산업

‘100년 먹거리’였던 뉴욕의 가발 산업을 유대인에게서 빼앗아온 데엔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이 있었다. 100년 산업이 무너지기까지 3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격 덤핑을 통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으려 한 일부 사람들로 인해 산업 전반에 걸쳐서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가격 추락은 가속화됐다.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는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건 당연했다.

다시 돌아와서, 성형외과끼리 과당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중의를 모아 가격 담합을 시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과거 치과 업계에서 덤핑하는 치과 의원을 제재하면서 가격 덤핑을 막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제재 대상이었던 그 회원 치과에 가격 담합에 대한 제소를 당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패소해 막대한 배상금을 토해냈다. 경쟁력 있는 산업의 기반이 차츰 무너져간다면 그걸 지켜보는 게 맞을까, 아니면 가격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맞을까. 정답을 알 순 없다. 시장 논리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국내의 관점을 국가 간의 관점으로 확장해보고자 한다. 왜냐면 한류 덕택인지 외국에서 환자가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 측면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건강검진, 피부미용, 성형수술, 화장품 등 내세울 분야가 많다. 특히 성형수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의학기술을 펼치니 외국인들한테 매력적이다. 이들은 보통 국내 환자의 수가보다 적게는 10~20%, 많게는 2배 정도를 더 낸다. 외국인 환자들에게 돈을 더 받는 이유는 통역 등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서다. 그렇게 받아도 외국에 비하면 저렴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국내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그만큼 외국 수가도 가격 하방 압력이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가격 담합은 불법이다. 그러나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은 막아야 한다.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합당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속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 경쟁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적당한 가격을 받고 양질의 서비스를 펼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창궐하고 있는 성형정보 앱들이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고 있다. 물론 앞에서 기술했다시피 장점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성형정보 앱은 이용자들에게 이제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됐다. 성형정보 앱을 운영하는 자본가는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자본주의와 더불어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산업 전반에 대해 걱정하는 의사도 많다.

K컬처의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졌다. 한류 확산의 또 다른 선봉장인 성형외과 의사들도 입을 열 때가 됐다. 정부 또한 의료산업 규모에 걸맞은 제도 개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도 외화를 벌어오는 애국자가 될 수 있다.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태국과 싱가포르가 당장 마케팅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앞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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