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경 “‘올드보이’ 20주년, 최민식과 재회 묘하던데요”[인터뷰]
배우 오태경이 색다른 변신을 준비한다. 영화 ‘좋.댓.구’(감독 박상민/ 이하 ‘좋댓구’)서 ‘유튜버에 도전하는 배우 오태경’으로 분해 B급 코미디의 맛을 선사한다. 과거 ‘올드보이’ 최민식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리틀 오대수’ 분장을 한 채 관종 유튜버다운 행위들을 펼친다.
“올해가 ‘올드보이’ 20주년이예요. 그래서 다들 한 번 보자고 하더라고요. 최근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갔는데 때마침 ‘최민식 특별전’을 하길래 따로 인사하러 갔죠. 정말 오랜만에 뵙는 거였어요. 티셔츠에 ‘좋댓구’라고 쓰여 있었는데, 선배가 ‘아, 나 이거 알아. 예고편 봤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떠셨어요?’ 물었더니, ‘거, 가발 좀 좋은 걸로 쓰지 그랬냐’고 하셨죠. 하하. 지금 제가 42살인데 최민식 선배가 제 나이 때 ‘올드보이’를 촬영한 거잖아요. 이렇게 나이를 먹고 다시 만나니 존경심도 더 높아지고 ‘연기 장인이란 이런 거구나’란 게 느껴졌어요.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오태경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좋댓구’서 자신을 소재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은 소감부터 박찬욱 감독의 카메오 출연 섭외 비하인드, 아역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달려온 배우로서 길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일면식 없던 감독, 오태경이어야만 했다고”
영화는 온통 ‘오태경’을 소재로 다양한 픽션을 이어간다. 왜 꼭 오태경이어야 했을까.
“저도 처음엔 사기꾼인 줄 알았어요. 일면식도 없는 감독과 제작사 대표님이 절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그땐 시나리오도 없었거든요. 두 사람은 제가 제일 이 영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대요. 감독이 ‘단언컨대 내가 오태경이란 배우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도 했고요. 이후 제 작품을 다 찾아보고 말투, 억양을 토대로 대사를 써서 시나리오를 줬는데, 재밌을 것 같았어요.”
작품 안에서 ‘배우 오태경’은 유튜버로 이름을 날리려 다양한 시도를 한다. 유튜버를 간접체험해보면서 실제로도 채널을 운영할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전혀요. 막상 촬영하고 결과물을 보니 이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퀄리티도 따져야 하니 감히 함부로 도전해보면 안 되겠다 싶었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간 큰 코 다칠 것 같더라고요.”
저예산영화임에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특히 박찬욱 감독이 등장해 신인 배우를 응원한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제작사 쪽에서 미리 박감독에게 영화의 정보를 흘려줬고, 제가 이후에 무릎 꿇고 경건한 마음으로 전화를 드렸어요. 출연을 부탁했더니 ‘난 연기는 좀 부담스러운데’라고 망설이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할 필요 없고 박찬욱 감독으로서 말을 해주면 된다고 했고요. 안 해주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출연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정말 감사했어요. 아직 촬영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제작진도 ‘태경아, 잘했다. 이제 다 했다’고 만족해했고요.”
■“7살 때 시작한 연기, 잘 버텨온 걸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는 7살 때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엄마와 길을 가는데 아이가 예쁘다며 광고 만드는 회사에서 명함을 받았어요. 아역 모델을 시작했고 예상보다 일이 많이 들어왔고요. 그래서 엄마가 ‘한번 시켜봐야겠다’는 마음에 연기까지 시킨 거죠. 어릴 땐 연기하러 가는 게 싫었어요. 애들이랑 놀고 싶은데 현장을 가야한다고 하니까요. 엄마가 베란다에서 크게 부르면 그렇게 가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도망가곤 했어요.”
‘아역’이란 꼬리표는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따라다녔다. 배역이 주어지는 스펙트럼이 점점 좁아졌고, 30대를 앞뒀을 땐 아버지의 걱정도 커졌다.
“아버지가 먼저 ‘해볼만큼 해보지 않았니. 이젠 너도 네 미래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길텐데 그 준비를 어떻게 하겠느냐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너무 억울한 거예요. 전 제대로 시작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왜 멈추고 그만해야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딱 보여주겠다, 기다려라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그렇게 10년이 지났어요. 하하하. 지금도 누나가 놀리는데요. 그럼에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연기가 여전히 재밌고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싶어졌죠. 지금은 안하면 죽을 것 같은 일로 바뀌었고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자신을 칭찬해줄 것도 분명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다는 걸 칭찬해주고 싶어요. 잘 기다려왔고, 잘 기다리고 있구나. 다른 선배들도 대부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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