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제임스 웹 1주년, 생일 기념사진 공개
가시광선 보는 허블과 달리 적외선 관측
빅뱅 직후 초기 우주부터 외계행성까지 관측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1주년을 맞아 별들이 탄생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첫 컬러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어린 별들이 모여 있는 우주 보육원
나사가 12일 공개한 사진은 지구로부터 390광년(光年,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 있는 로 오피우치(Rho Ophiuchi) 성운을 촬영한 것이다. 성운은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사진 속 50여 별들은 모두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거나 작다. 어두운 부분이 가장 밀도가 높은 곳으로, 두꺼운 먼지가 여전히 원시 별을 만들고 있다.
사진 위쪽은 빛나는 별에서 붉은색 선들이 교차하면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어린 별에서 나온 고에너지 입자인 제트가 성간 가스의 수소 분자와 부딪혀 붉은 선들로 보인다. 나사는 “별이 처음 우주 먼지를 뚫고 나올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마치 갓난아기가 세상을 향해 팔을 뻗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일부 별은 미래 행성계를 만들 성운 원반의 그림자도 보여준다.
사진 가운데 노란색 동굴은 2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그 중앙에서 밝게 빛나는 별만 유일하게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크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클라우스 폰토피단(Klaus Pontoppidan) 박사는 “웹의 로 오피우치 성운 사진을 통해 별의 생애 주기에서 매우 짧은 시기를 새로운 선명도로 목격할 수 있다”며 “우리 태양도 오래 전 같은 단계를 경험했는데 이제 우리는 다른 별의 시작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말했다.
◇태초의 우주부터 블랙홀까지 종횡무진 활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난 1년 동안 태양계의 바로 뒷마당부터 태초의 먼 은하까지 다양한 우주의 모습을 인류에게 보여줬다. 나사의 빌 넬슨(Bill Nelson) 국장은 이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불과 1년 만에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변화시켰다”며 “웹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질문을 하고 답을 찾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1년 전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공개한 웹의 첫 컬러 이미지는 SMACS 0723 은하단을 찍은 것이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은하 수천 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워낙 중력이 강해 뒤쪽에서 온 희미한 빛을 확대하고 휘어지게 하는 이른바 ‘중력 렌즈’ 역할을 한다.
나사는 “사진 가장자리에 보이는 빛들이 바로 중력 렌즈에 의해 증폭되고 휜 것”이라며 “은하들보다 훨씬 먼 131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대폭발)으로 시작됐다. 당시 나사는 제임스 웹이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에서 나온 빛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0일 스위스 제네바대와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진은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135억년 전 은하인 GLASS-z13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번 연구진이 포착한 은하의 나이는 빅뱅이 일어난 지 3억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최고 기록은 제네바대가 2015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큰곰자리에서 발견한 GN-z11로, 빅뱅 이후 4억년 전 지난 134억년 전의 은하로 확인됐다.
◇적외선 카메라로 별의 탄생 순간 관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됐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이동했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름 6.5m의 반사 거울과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도 갖고 있다. 지난 32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을 포착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우주망원경은 일단 어둡고 밝은 부분을 흑백으로 구분해 촬영한다. 수십억 년 전 먼 과거 우주에서 온 극도로 희미한 빛도 감지한다. 다음은 적외선 필터로 관찰 지역의 빛 파장을 구분해 적색과 녹색, 파란색 빛의 삼원색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처음 흑백 영상이 컬러 영상으로 바뀐다.
앞서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공동 개발한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와 함께 첫 관측 천체 5가지를 선정했다. 1년 전 그 결과를 담은 이미지 5장을 공개됐다. 가장 주목을 받은 사진은 남반구 별자리인 용골자리에 있는 대성운이었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다. 용골자리 성운에서는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제임스 웹은 이후 1년 동안 초기 우주의 블랙홀을 관찰했으먀, 외계 행성의 대기도 분석했다. 토성을 처음으로 적외선 촬영해 고리 구조를 새롭게 밝히기도 했다.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Enceladus) 남극에서 우주로 뿜어져 나오는 1만㎞ 길이의 수증기 기둥도 관측했다.
니콜라 폭스(Nicola Fox) 나사 과학임무 담당 부국장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만든 공학적 경이로움인 웹은 은하와 별, 태양계 밖 행성의 대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며 “웹은 나사가 과학 발견과 거주 가능한 새로운 세계의 탐색을 선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ASA,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3/webb-celebrates-first-year-of-science-with-new-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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