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쪼개진 시장, 진폭 커진 경제…기업 홀로 경쟁 힘들어"
'음수사원' 강조…"부산엑스포 유치로 국제사회 기여, 새 시장도 개척"
(제주=뉴스1) 신건웅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사자성어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통해 되갚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로 쪼개진 시장에서 엑스포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봤다. 새로운 국가들과 관계를 맺으며 경제적·문화적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와 달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도 공동 대응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봤다.
◇ "사회서 받은 혜택, 엑스포로 기여"
최 회장은 12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며 유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난 3주간 유럽과 베트남 등을 오가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부상 속에서도 최 회장이 강행군을 이어간 것은 사회에 대한 기여 측면이 크다. 음수사원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한 그는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후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우물을 파야 하는 것이 책무"라며 엑스포를 하나의 행위로 설명했다.
음수사원은 우물물을 먹을 때 만든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엑스포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70년 전에는 최빈국에서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안에 들어가는 꽤 큰 경제국이 됐다"며 "못 살다가 이런 나라가 되는 나라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른 나라서 보면 신기하다. 70년 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게 돼 있다"며 "70년 전에 원조 없이 이룰 수 없었다.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한국이 "국제사회에 무엇인가 기여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엑스포를 통해) 인류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솔루션 플랫폼 형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각 나라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 쪼개진 시장, 관계 통해 영토 확장 나서야
최 회장은 미-중 간의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쪼개지고 있다고 봤다.
과거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었을 때는 물건만 잘 만들어서 싸게 내놓으면 잘 팔렸지만, 이제는 공급망이나 지역 문제까지 고려해야 판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엑스포 유치가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 회장은 "남미 작은 나라의 경우, 우리와 상관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상관이 있게 생겼다"며 "관계를 끌어모아 (한국이)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부산엑스포가 중요하다"며 "후대에 우리 스스로가 독립적으로 하려면 그만큼 복잡한 관계를 다 만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포를 통해서 우리가 간다면 국제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1988년 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의식수준이 높아지는 등 디딤돌로 작용했던 것처럼 엑스포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우리의 영토 확장이라고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이제 한반도, 그것도 북한에 막혀서 갇혀있는 섬이 아니라 꽤 큰 영토를 지닌 형태로 바꿀 수 있다"며 경제안보 측면에서 바라봤다.
최 회장은 "그래서 이겨야 한다"며 "지금처럼 열심히 돌아다녀서 자꾸 설명하고 오면 우리에게 소중한 하나의 경제적·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 불확실성 커, 민-관 원팀으로 대응해야
경제에 대해서는 "변수가 하도 많다"며 "미국 상황, 중국 처해 있는 상황 전부 다 보면 우리한테 건강해 보이지 않는 신호들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제상황이 회복되는 것도 깊어지고 있다"며 "올라갈 일만 남았지만 6개월 뒤냐, 1년 뒤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경기의 업-다운 사이클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진폭 자체가 커지는 문제점이 봉착했다"며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리오프닝 효과가 안 나고 있다"며 "중국도 좋은 형편이 전혀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로벌 경쟁 상황에 대해서는 "게임이 달라졌다"며 "싱글기업 경쟁력으로 싸워서는 어렵다"고 봤다. 정부와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더 제대로 하기 위해서 무엇을 지금 미리 투자하고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경련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새롭게 잘 이끌어져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잘 되는데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시너지를 많이 내서 지금의 어려운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데 필요한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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