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3.2만’ 여농티비 PD는 누구일까? 오창윤·나혜원 PD의 이야기

최서진 2023. 7.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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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오창윤 PD, 우 나혜원 PD

[점프볼=최서진 기자] 오창윤(30), 나혜원(27) PD가 재직 중인 SNC 스튜디오는 스포츠 소셜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두 PD가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는 여농티비부터 안양 KGC, 원주 DB, 대한민국농구협회 등의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고 있다. 각 채널의 정보 전달부터 최신 밈을 활용한 유쾌 콘텐츠는 모두 SNC스튜디오 PD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고퀄리티와 대량 생산이 합쳐져 만들어진 콘텐츠는 선수와 팬 사이의 거리를 10분, 때로는 30초 만에 가깝게 만든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여농티비 구독하세요!
여농티비는 2만 2900명(13일 기준 3만 2800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이다. 경기에서 보지 못하는 WKBL 선수들의 모습을 재밌게 풀어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팬이 즐기는 약 10분 남짓의 콘텐츠는 PD들의 긴 고뇌를 거친 결과물이다. 여농티비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여농티비 오창윤, 나혜원 PD를 만나봤다.(인터뷰는 6월 16일에 진행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혜원 여농티비의 소셜미디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요.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팀과 함께하고 있어요. 경기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선수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려요. 경기 날 기준으로 4시간~3시간 30분 전쯤 도착하죠. 등장신도 찍어야 하고, 팀별로 도착 시각이 달라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해요. 선수가 오면 사담을 나누면서 아이스브레이킹도 하고 콘텐츠 촬영을 하죠. 경기 중 특별 이벤트나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까지 마치면 촬영은 끝이에요. 퇴근이기는 하지만, 말만 퇴근이에요. 편집이라는 본격적인 업무는 이제 시작이거든요. 편집은 주로 재택으로 하는 편이에요. 촬영 없는 날은 편집도 하고 기획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구상, 회의도 하죠.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창윤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여자농구 부가 창단했어요. 객원 기자로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연을 맺었죠. 창단 당시 부산대가 전국체전에서 부산 대표로 출전했는데 강호인 사천시청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은메달을 땄어요. 선수들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죠. 눈과 카메라로 순간을 담으며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강하게 느꼈어요. 다음 해 4학년이 됐는데, 이대로 마무리하기는 아쉬웠어요. 그래서 2년 휴학을 결심하며 단장 일을 했죠. 2019년 대학리그에 첫 출전했는데, 학교는 관심이 없었어요. 경기를 위한 체육관 대관도 쉽지 않았죠. 직접 담당자를 찾아가 경기 일정을 보여주면서 설명했고, 경기장 대관에 성공했어요. 또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학우들에게 알리기 위해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고 다녔죠. 그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 즐거웠어요. 무조건 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혜원 건강재활학과 출신이에요. 스포츠라는 접점이 있지만, 영상과는 거리가 멀죠. 원래 스포츠 마케팅 직무를 준비했었어요. 경험을 쌓기 위해 SK 챌린저, 고양 오리온 크리에이터라는 대외활동을 했었어요.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제작 업무를 했었는데 영상 편집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독학하면서 하나둘 프로그램을 익혔고, 포트폴리오를 쌓다 보니 콘텐츠 제작자가 됐죠.
관련 전공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인가요?
혜원 전공자가 아니어도 될 수 있어요. 그러나 비전공자라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죠. 저는 유튜브를 보며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도록 독학했어요. ‘편집하는 여자’와 ‘비됴클래스’를 자주 봤어요.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해 첫 번째는 프리미어 프로를 다룰 줄 아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카메라를 다루는 거거든요. 구도 세팅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촬영만 잘해도 반은 가거든요. 편집하는 여자에서 편집을 배우고, 비됴클래스에서 촬영 기법을 배웠죠.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요?
창윤 콘텐츠 제작자라면 촬영, 편집 스킬도 중요하지만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주제로든 선수와 편하게 대화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또 스킬을 떠나서 다양한 연령의 구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해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드립을 쳐야 하거든요(웃음). 저도 예능이나 다양한 방송도 보고 음악도 많이 들으면서 공부해요. 몇 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상 소스가 없는 것보다 많은 것이 훨씬 나으니 많이 찍는 걸 추천해요. 없는 걸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있는 걸 줄일 수 는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최신 유행은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 영상 분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따끈따끈한 최신 유행은 따라가지 않으려 해요. 자칫하면 구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거든요.
PD 업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창윤 워라밸이 안 좋죠(웃음). 경기는 밤늦게 끝나지만 그렇다고 아침에 일을 안 할 수 없거든요. 국가대표 경기가 있으면 새벽에 일어나고, 주말이라 꼭 쉬지도 않아요. 그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경했던 선수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최고죠. 저도 직업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이 일이 좋아서 돈 많은 백수보다 돈 많아서 취미로 일하는 PD가 되고 싶을 정도니까요.
혜원 단점은 업무 시간이 모호한 점이에요.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기획하고 촬영한 뒤에는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편집이 기다리고 있죠. 장점은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팬이 재밌다는 댓글을 남겨주면 힘들지만 다시 일하게 되는 원동력이 돼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다 보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한가요?
혜원 엄청 친해지게 돼요.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랑 많이 가까워져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하죠. 선수가 카메라에 대고 말하지만, 다 제게 하는 이야기거든요. 덜 친하면 영상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처음에는 다가가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극복하는 데 1년이 걸렸죠. 선수들의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확인해서 재밌는 소스가 있으면 영상에 담거나 관련해서 대화를 나눴죠. 선수들이 키는 크지만, 굉장히 귀엽거든요. 물론 멋있고요. 전지훈련을 따라가면 아침부터 밤까지 동고동락하니 선수들이 와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해요. 초콜릿 같은 간식을 주고 가기도 하고요. 정말 고맙죠.
창윤 PD는 성별이 남자라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창윤 스스럼없이 다가가기가 어려웠죠.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선수와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팬의 시선도 생각해야 했거든요. 그래도 오래 일하다 보니 팬들이 먼저 알아봐주시기도 해요. 선수와 많이 친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은 많아요. 혹시 모르니까 라커룸 근처에는 안 서 있으려고 해요.

일하다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혜원 최근에 여자농구국가대표팀 촬영을 위해 진천 선수촌에 다녀왔어요. 아직 업로드 되지 않았는데, 기획 콘텐츠가 있었거든요. 촬영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영상에 음성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더라고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에요…정말 아찔했어요. 재촬영을 해야 합니다.

보람찬 순간은 언제였나요?
창윤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오고, 영상에 대한 열의를 보일 때요. 이제는 인사하면 오늘 뭐 찍냐며 다가와요(웃음). 지난번에 오래 촬영했는데 왜 분량이 없냐면서 장난으로 따질 때도 있죠. 처음에는 친해지기 정말 어려웠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주니 보람차고 고맙죠.

# 사진_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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