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행이 금리 싸네" 플랫폼 몰려가 비교 대출…금융사 쓴웃음
[편집자주] 금융도 플랫폼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고객 대부분을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고객 접점이 약한 금융회사에 기회라는 시각과 금융회사가 '납품회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금융권의 플랫폼 종속도와 금융권의 대응 방안을 알아봤다.
플랫폼 종속 논란이 금융권에도 번지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기반이 약한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플랫폼 대출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사의 갑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BNK경남·부산·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신규 취급한 가계신용대출 4조7052억원 가운데 52.4%(2조4699억원)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 플랫폼사에서 이뤄졌다.
특히, 경남은행의 플랫폼 대출 종속도가 71%로 가장 높았다. 광주은행(58%), 전북은행(54.1%), 대구은행(41%), 부산은행(28.2%)이 뒤를 이었다.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플랫폼 종속도도 34.4%로 높은 편이다. 이들이 지난해 취급한 12조987억원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4조1681억원이 플랫폼사를 통해 나갔다. 애큐온저축은행의 플랫폼 종속도가 70%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54%)과 KB저축은행(53%)의 신규대출도 절반 이상이 플랫폼사에서 성사됐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의 대출 모집 채널이 플랫폼에 종속되는데 걸린 시간은 3년이다. 2019년 10개 저축은행과 5개 지방은행의 플랫폼 대출 비중은 각각 0.6%, 1.7%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일부 금융업권의 플랫폼 대출은 증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5개 지방은행의 신규 가계신용대출이 전년보다 3903억원 줄어드는 동안 플랫폼을 통한 대출 규모는 2조3177억원에서 2조4699억원으로 불어났다. 10개 저축은행의 신규 가계신용대출도 3조8727억원 감소할 때 플랫폼 대출 규모는 3047억원 증가했다. 자산 상위 5개 캐피탈사의 경우에도 신규 취급 대출이 1조9484억원 줄어드는 동안 플랫폼 대출 규모는 760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부족해 영업기반이 약한 금융업권을 중심으로 플랫폼 종속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5개 지방은행의 국내 지점·출장소 수는 755개, 10개 저축은행의 본점·지점·출장소 수는 99개다. 반면, 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점·출장소 수는 2032개다. 많은 영업점을 기반으로 한 3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신규 가계신용대출 9조1343억원에서 플랫폼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대출뿐 아니라 카드발급에서도 플랫폼 종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카드 가운데 48.1%는 인터넷·모바일에서 발급됐다. 이 비중은 2019년 26.6%에서 3년만에 20%포인트(p) 이상 높아졌다. 카드사 자체 앱을 통한 발급도 있지만, 플랫폼사를 통한 카드발급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지배력을 키운 후 과도한 이윤을 추구해왔던 점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며 "플랫폼사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제는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 금융사와의 상생 방안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플랫폼 종속이 심해지면서 대형 은행들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위기 의식에 자체 플랫품을 구축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중이다.
1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신규 취급한 가계신용대출 18조4856억원 가운데 1.79%인 3312억원이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플랫폼사를 거쳐 실행됐다. 하나은행이 전체 대출액 중 7.7%가 플랫폼을 통해 실행되면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3.5%), 신한은행(0.5%)이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플랫폼사를 통해 들어온 신규 신용대출액이 없었다.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플랫폼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매년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신용대출의 플랫폼 의존도는 2020년 0.28%였으나 지난해 1.79%로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대환대출 플랫폼의 등장으로 플랫폼 의존도가 더 높아질 거라고 보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불씨가 돼서 전 금융사의 대출상품 비교가 대출고객에게 기본이 됐다"며 "대형은행 입장에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 모두 공통적으로 높아지는 플랫폼 의존 비율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각자 방향이 다르다. 우선 하나·신한·농협은행은 자체적으로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16년 자회사 '핀크'를 설립해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토스·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사가 하는 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먼저 혁신을 만들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430만명이 핀크를 이용 중인데, 이 중 70%가 2030세대다.
신한은행은 '신한 쏠(SOL)'을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대환대출 서비스 개시에 발맞춰 타사 금융상품을 쏠에 배치했다. 플랫폼 시장이 커지는 만큼 직접 플랫폼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도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타사 금융상품까지 비교·가입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중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국민은행은 당장 플랫폼 역할을 하기보다 자체 앱을 고도화해 고객에게 더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은행 대출상품은 현재 대환대출을 제외하고는 플랫폼을 통해 신규 가입할 수 없다. 국민은행 측은 플랫폼 입점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자체 앱과 상품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는 대형은행들이 플랫폼사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 플랫폼사를 이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동시에 자체 플랫폼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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